인터뷰+ㅣ 김향기 "올해 스무 살, 17년 만에 만난 정우성 삼촌은요…"

영화 '증인' 지우 역 배우 김향기
김향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어느덧 스물이다. 생후 29개월에 광고 모델로 연기를 시작한 김향기는 어느덧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2013년 MBC '여왕의 교실'로 배우 고현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단단한 주역으로 활약했던 김향기는 이후 영화 '우아한 거짓말', '눈길', '신과 함께' 시리즈까지 차근차근 필모그라피를 쌓으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왔다.

영화 '증인'은 배우 김향기가 스무 살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김향기가 연기하는 지우는 자폐를 가진 소녀로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다. 누구보다 빼어난 시각, 청각을 갖고 있지만 자폐라는 장애 때문에 사건에 대해 증언하는 데 더욱 용기를 내야하는 인물이다. 김향기는 노출, 파격 변신 등으로 무리하게 성인 신고식을 하기 보다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입증했다. 상대역이었던 정우성과 세대를 뛰어 넘는 우정을 쌓으며 극을 따스하게 이끌었다. ▲ 정우성과 만남이 화제가 됐다.

저의 첫 광고를 함께 했다. 정우성 삼촌과 함께 했다는 걸 기억하진 못해도 엄마도 아시고, 영상도 남아 있으니까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증인' 촬영에 들어갈 때 신기했다. 뭔가 뚜렷하게 생각나는 건 없지만 엄청난 인연 같았다. 과거의 인연을 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 다시 만나니 어떻던가. 제가 촬영을 하면서 살갑게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다. 촬영이 끝나면 모니터 뒤에서 조용히 앉아있는 편이다. 이번 촬영은 신기했던 게 뭔가 하지 않아도 편안했다. 모든 호흡이 좋았다. 정우성 삼촌이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그런 거 같다. 편안해서 안정된 촬영 현장이었다.

▲ 전작 '신과 함께' 시리즈를 함께했던 주지훈 삼촌이 정우성 삼촌과 친하기로 유명한데, '증인' 촬영에 앞서 조언해 준 부분은 없었나.

'증인' 촬영 시기가 '신과 함께2'가 개봉하고 홍보를 다닐 즈음이었다. '재밌을 것'이라고 얘기해주시더라. '편하게 생각하면 된다'면서. 정우성 삼촌을 생각하면 타고난 외적인 부분이 있어서 어떤 순호 아저씨를 보여주실지 기대감이 들었다. 그런 모습들을 잘 보여주셨던 거 같다. 관객들도 느끼시지 않을까 싶다. ▲ '삼촌'이라고 하는데, 몇 살까지 오빠고, 몇 살부터 삼촌인가.

촬영을 하면서 오빠라고 부른 건 '마음이' 할 때 (유)승호 오빠 정도였던 거 같다.(웃음) 촬영을 할 땐 편하고 친근하다는 의미로 '삼촌'이라는 호칭을 많이 써왔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서 드는 생각인데, 이제 성인이 됐으니까 호칭을 바꿔야겠다. 이렇게 부르면 안 되겠구나 싶다. 선배님과 선생님을 입에 붙여야겠다.

▲ 편안하게 연기했다고 했지만, 감정적으로 쉬운 역할은 아니었다. 자폐 스펙트럼을 연기해야 하니까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그들의 지인이 이 영화를 봤을 때 불편하지 않았으면 했다.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면 고통스러울 거 같았다. 그런 부분에서 부담도 느꼈다. 그래서 감독님과 많이 상의했고, 기본적인 특성은 책이나 참고 영상에서 보여지는 것을 따르지만 순간순간 지우를 표현하는 건 그 상황에 맞춰 가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했다.

▲ 실제로 이런 장애를 가진 분들을 만난 적이 있나.

영화 준비 과정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는 EBS 프로그램을 봤는데, 감독님의 소개로 그분들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었다. 귀엽다는 느낌도 들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일반적으로 한정된 지식에 '자폐는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한 부분을 지울 수 있었다. 함께 소통하고 화합하는 과정이 좋았다.

▲ 지우의 목소리 톤, 손짓 등도 인상적이었다. 어떤 부분까지 준비하고 촬영에 임한 건 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건 이렇게 하고, 이건 요렇게 해봐야겠다'고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전 원래 그렇게 설정을 정해놓고 연기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내가 왜 이러나' 싶었죠. 모든 걸 계산해서 촬영을 준비해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현장에서 자유롭게 나오는 연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손짓 연기나 목소리 톤 같은 것도 현장에서 맞췄어요. 자연스럽게 나와서 그런지 몸이 경직되거나 뻐근한 것도 못 느끼고요.

▲ 독특한 캐릭터다 보니, 후유증은 없었나.

그런 건 없었고, 전 제가 귀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웃음)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다.

▲ 지우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변호사를 꿈꾸게 된다. 인간 김향기는 어떤 시점에 어떤 계기로 '연기를 계속해야겠다'고 마음먹었나.

초등학교 6학년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를 하고 1년 정도 학교 생활에만 집중했다. 학교 생활은 재밌었는데, 괜히 촬영장에 가고 싶고 그러더라. 그때 스스로 깨달은 게 '내가 연기하는 걸 좋아하나보다'라는 거였다. 배우로서 꿈을 가져야겠다는 게 커졌다. 그러면서 한 작품, 한 작품 배우고 있다. 지금도 열심히 배우라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 일찍 일을 시작해서인지, 또래 같지 않다는 이미지가 크다. 별명이 '김선생님'이기도 하고.

꼭 표현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저는 아이돌은 아니지만 일리네어레코즈 소속 래퍼들을 좋아한다. 더콰이엇, 도끼, 빈지노 등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혼자 음악 듣는 걸 좋아하고, 나서서 뭘 하는 걸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 연기를 하면서 고민이 될 땐 어떻게 해결하는 편인가.

몰랐는데, 작품 들어가기 전엔 제가 꽤 예민해진다고 하더라.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거 같다. 잠도 설치고. 그런데 막상 작품에 들어가면 걱정했던 것들이 풀리면서 표현이 잘된다. 그걸 깨닫고 난 후엔 걱정을 미리 끙끙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올해 한양대 19학번 신입생이 됐다. 대학 생활의 계획이 있나. 잘 적응하는 게 먼저인 거 같다. 대학에 대한 로망은 없다. 그래도 고등학교와 다른 곳이고,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이 모인 곳이니까 동아리 활동이라든지 고등학교 때 하지 못한 작업 등을 해보고 싶다. 새로운 친구들과 소통하다 보면 새로운 현장,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번에 들어가는 JTBC '열여덟의 순간'도 건강하 게 잘 마치는게 지금 저의 가장 큰 목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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