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통령' 후보들이 내놓은 수의계약 부활·中企은행 설립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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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장 후보 5인 공약 살펴보니요즘 중소기업인들을 만나면 “터널(침체)의 끝이 안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일감은 줄고 인건비는 증가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중소기업단체인 협동조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오는 28일 26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선거는 이런 상황에서 치러진다. 지난 8일 후보 등록을 마친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 후보들은 다양한 공약을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후보 5인의 주요 공약을 살펴봤다. (기호순)이재한, 돌파력 갖춘 젊은 리더십동반성장위원회 위원인 이재한 후보(한국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 이사장)는 1992년 주차관리 시스템 업체인 한용산업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후보는 “중앙회가 정체돼 있고 혁신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젊은 리더십과 돌파력을 갖춘 새로운 회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한 "지역 중기협동조합 육성 지방조례 제정"
김기문 "공동구매 보증 확대로 판로 확장 도울 것"
주대철 "中企대학 설립·소상공인聯과 협력 강화"
이재광 "공공재 시장 중소기업 일감확보에 주력"
원재희 "조합 활성화 기금 마련 영세조합 지원"
그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저임금 동결 및 업종별 차등화를 실현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중앙회장이 대외 협상, 설득 등을 통해 정책으로 만들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 지원 지방조례’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남북한 경협에 나설 때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중기남북경협 허브센터’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이 후보는 “중앙회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장 여론을 정부에 전달하고, 소통하는 통로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문, 당당한 중앙회 만들겠다
23·24대 중앙회장을 지낸 김기문 후보(진해마천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는 1988년 설립한 시계업체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를 핸드백 화장품 등 종합패션업체로 성장시켰다. 김 후보는 “할 말 하고 할 일 하는 당당한 중앙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그는 내년 최저임금 동결, 주휴수당 산입 폐지, 노사 협의로 연장근로 허용,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1년으로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소기업 전문은행을 설립해 대출, 보증공제, 보험상품을 취급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립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수의계약 규모를 2억원으로 상향하고, 공동구매 보증 확대로 판로 확장을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또 구조조정과 정부 재정사업 추진으로 중앙회 재정을 튼튼히 하고 협동조합정책본부를 신설해 협동조합 정책과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앙회가 대주주인 홈앤쇼핑 상장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 후보는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제값을 받고, 협동조합이 마음 놓고 공동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대철, 부회장만 12년 터줏대감주대철 후보(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는 1996년 중계기 유선통신 등 통신장비개발업체인 세진텔레시스를 창업했다. 주 후보는 “중앙회 이사를 거쳐 2007년 3월부터 12년 동안 부회장을 지냈다”며 “책임의식을 갖고 중소기업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기 전에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서 예외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협동조합을 활성화하려면 협동조합 간 협업사업을 하면 거래금액의 10%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주는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단체 수의계약 제도를 부활시키고,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협동조합 활성화 기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이 밖에 중소기업 대학을 설립하고, 소상공인연합회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주 후보는 “회장은 군림하고 대우받는 자리가 아니라 모든 걸 내려놓고 섬기고 희생하는 자리”라며 “이에 걸맞은 사람이 회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광, 중소기업 일감 확보 나서야
이재광 후보(한국전기에너지산업협동조합 이사장)는 1982년 입사한 중전기기업체 광명전기가 1997년 외환위기로 사세가 기울자 회사를 인수해 1000억원대 회사로 키웠다. 이 후보는 “법정관리 기업을 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계를 구하기 위해 중앙회장에 출마했다”고 밝혔다.
그가 첫 번째로 내세운 공약은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의 일감 확보다. 2007년 폐지된 협동조합의 정부 단체수의계약 제도를 되살려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재 시장에서라도 중소기업의 일거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재를 받지 않는 20만달러(약 2억1000만원) 이하 거래를 대상으로 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이다.
또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주 52시간 근로제 탄력적용 기간을 업종에 따라 10개월~1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영세한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담은행을 설립하고 협동조합사업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중소기업 발전을 막는 제도와 관행을 조사해 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하는 게 중앙회의 주요 역할”이라며 임기동안 제도 개선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원재희, 협동조합 활성화 역점
중앙회 부회장인 원재희 후보(한국폴리부틸렌공업협동조합 이사장)는 상장사인 플라스틱 배관전문업체 프럼파스트에 2016년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뒤 ‘스마트공장 전도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원 후보는 “최근 고착화하고 있는 저성장과 고용쇼크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과 경제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중소기업이 혁신을 통해 국가 경제의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활성화하기 위해 협동조합활성화기금을 조성, 어려운 조합부터 우선적으로 지원해나갈 방침이다. 중앙회는 인사권을 가진 기능별 부회장제도를 도입해 전문성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중앙회 내 기존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혁신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제조업에 한정된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유통 서비스 등 비제조업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원 후보는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고 자조조직을 육성한다’는 헌법 제123조의 권리를 활용해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