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로또분양'…서울 분양가 규제 풀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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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분양 청계·광진 아파트올 들어 서울에서 신규 단지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 수준으로 책정된 사업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씩 낮게 공급됐던 작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로또 논란이 거세지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규제 강도를 낮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근 단지와 시세차이 없어
업계 "청약시장 과열 잠재우려
분양가 느슨하게 심사한 듯"
HUG "작년과 같은 기준 적용"
2개 단지 연속 시세 수준에 공급올해 첫 서울지역 분양 아파트인 용두동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는 주변 단지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 공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단지 분양가는 3.3㎡(평)당 약 2600만원으로 전용 84㎡ 기준 7억8929만~8억6867만원이다. 행정구역이 같은 용두동 일대 아파트 중 가장 최근 입주한 ‘용두롯데캐슬리치(2015년 입주)’ 전용 84㎡ 시세는 8억9000만원 선으로 3.3㎡당 2700만원 수준이다. 입주 10년차인 인근 단지 ‘용두동 래미안허브리츠’ 전용 84㎡의 작년 8월 실거래가는 8억1700만원이다.
지난달 광진구 화양동에서 나온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도 마찬가지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3300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전용 84㎡ 분양가는 9억9000만~12억4000만원, 전용 115㎡는 13억1200만~15억5600만원에 공급됐다. 광진구 일반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3월 분양한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 분양가는 3.3㎡당 1990만원 정도였다. 작년 9월 입주한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 전용 84㎡ 매물은 11억~12억5000만원 수준에 나와 있다.작년 ‘로또 분양’과 대조적이는 HUG 규제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수억원씩 낮았던 지난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HUG는 2017년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신규 분양하는 단지 분양가가 HUG 기준을 초과할 경우 분양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최근 1년 내 분양한 유사 단지의 평균 분양가를 넘을 경우, 1년 내 인근 분양이 없으면 주변 아파트의 평균 분양·매매가의 110%를 초과할 경우 등이다.
이렇다 보니 작년엔 서울 신규 분양 단지에서 ‘로또 분양’이 줄을 이었다. 주변 시세보다 최고 5억원가량 낮은 수준에 공급된 단지도 나왔다. 작년 3월 강남구 개포동에서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평균 14억3160만원으로 인근 단지인 ‘래미안루체하임’ 동일면적 분양권 실거래가(19억5261만원)보다 약 5억원 낮았다.
예상 시세 차익이 수억원에 달하다 보니 경쟁도 뜨거웠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1순위 평균 경쟁률은 25.2 대 1이었고, 당첨자 평균 가점도 67.92점에 달했다.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각각 15년 이상이고, 부양가족이 최소 3명은 돼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평균 경쟁률이 49.98 대 1이던 마포프레스티지자이에서 당첨 커트라인이 가장 높았던 전용 59㎡G형은 가점이 최소 74점은 돼야 당첨권에 들었다.청약 과열 진정되나
일각에선 청약시장 과열 양상을 우려한 정부가 비(非)강남 일부 지역 신규 분양 단지에 시세 수준의 분양가를 허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가 예상보다 10% 이상 높은 가격에 분양가 심의를 통과했다”며 “청약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분양가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양대행사 관계자도 “시장 과열을 막으려는 의도로 시작한 분양가 규제가 오히려 일부 수요자에게 수억원대 차익을 몰아주는 부작용을 낳으면서 정부의 방침이 다소 변경된 것 같다”며 “로또 청약 열풍이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양가를 심의하는 HUG는 분양가 심사 기준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HUG 관계자는 “올초 분양단지에도 지난해와 동일한 심사 기준을 적용했다”며 “최근 서울 분양 단지들은 인근에서 1년 내 분양한 아파트가 없어 분양가가 인근 시세 평균의 110%를 넘지 않도록 했고, 이 기준은 분양 지역과 사업장별로 차이를 두지 않고 일괄 적용한다”고 말했다.
이소은/선한결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