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절반 이상 세금 '0'…되레 지원금은 수천억
입력
수정
지면A13
종교인 올해 첫 과세 시행…조계종, 승려 4265명 소득 분석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올해 처음 시행되지만 전체 종교인의 절반 이상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교인 과세에 따른 추가 세수는 수백억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세금을 내지 않더라도 소득 신고만으로도 근로장려금(EITC), 국민연금 등과 관련해 수천억원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조계종 승려 56% 연소득 1200만원 미만11일 조계종 총무원에 따르면 지난해 1648개 사찰, 4265명의 승려 대상 연소득 조사 결과 전체의 31.5%(1345명)가 연소득 6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600만원 이상~1200만원 미만은 24.6%(1050명)였다. 조계종 관계자는 “조계종 승려는 연소득 1330만원 미만이면 세금이 부과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전체의 절반 이상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개신교, 천주교 등 다른 곳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종교계는 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종교인 과세에 따른 세수가 2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했다.
연소득 1330만원 미만 면세
세수 200억원 안팎 그치는데
근로장려금·국민연금 혜택은 확대
“근로장려금만 눈덩이”
종교인이 세금을 내든, 안 내든 소득 신고를 함에 따라 얻는 혜택은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일하는 저소득층에 지원되는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올해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고, 지급액을 늘렸다. 단독가구 기준 연소득 요건은 지난해 1300만원 미만에서 올해 2000만원 미만으로 완화했다. 단독가구 대상 최대 지급액은 연 85만원에서 연 150만원으로 인상했다.일부에선 근로장려금 지급액만 걷는 세금의 두세 배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종교인 과세 시행 전 분석에서 개신교 교직자 14만 명 중 소득이 적은 8만 명에게 737억원의 근로장려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종교인까지 감안할 경우 근로장려금 규모가 크게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 종교인은 소득을 신고함에 따라 국민연금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종교인 일부는 임의가입을 통해 국민연금을 받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 보험료를 내지 않고, 연금도 못 받았다.
종교인 소득 격차 완화 효과도물론 모든 종교인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우선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 한다. 게다가 소득이 파악됨에 따라 내지 않던 보험료를 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건강보험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상당수 종교인이 피부양자로서 보험료를 내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직장 또는 지역가입자로서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종교인 사이 소득 격차가 완화되는 효과도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 자체는 형평성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