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다음 타깃은 현대그린푸드…남양유업은 배당확대 요구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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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저배당 블랙리스트' 올라남양유업이 “배당을 늘리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만 혜택을 본다”며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를 일축했다.
14일 주주권 행사 여부 결정
"배당 늘리면 최대주주만 혜택"
남양유업, 국민연금에 정면 반박
남양유업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고배당으로 회사 이익을 사외에 유출하기보다는 사내유보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장기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판단에 따라 저배당 정책을 유지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3.85%에 달한다. 배당을 확대하면 늘어난 배당금의 50% 이상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가져가는 구조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 난 7일 회의를 열어 남양유업에 ‘배당 확대’ 주주제안을 하기로 의결했다. 남양유업의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 방침 및 공시를 심의·자문하는 일종의 ‘주주권익위원회’를 설치하라는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한진칼에 이어 남양유업을 두 번째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원칙) 대상으로 정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이에 대해 “지분율이 6.15%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합법적인 고배당 정책을 이용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째 보통주 주당 1000원, 우선주 주당 1050원의 배당을 유지해왔다.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은 당기순이익 증감에 따라 2015년 3.2%, 2016년 2.3%, 2017년 17.0%로 바뀌었다. 국내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33.81%다.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이 남양유업 주주총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관변경안은 특수결의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통과된다.
한편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오는 14일 회의를 열고 현대그린푸드에 대해서도 남양유업과 같은 내용의 주주권을 행사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현대그린푸드는 국민연금이 남양유업에 주주제안을 하기로 결정한 다음날인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배당 계획을 발표했다. 주당 배당금을 종전 80원에서 210원으로 증액해 총 183억344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그린푸드도 남양유업과 함께 국민연금의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국민연금은 이 회사 지분 12.82%(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유창재/김재후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