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청약 대신 '줍줍'시대…조용히 완판되는 아파트

청약 경쟁률 높건 낮건 미계약분 늘어
부적격자 속출·통장 아끼는 분위기 가세
실수요자들, 선착순 계약으로 전환
검단신도시에서 완판돼 폐관한 모델하우스와 주변 모습들. (사진 김하나 기자)
"이제 청약경쟁률은 의미가 없습니다."

청약제도가 강화되고 신중한 청약이 늘면서 청약경쟁률이 떨어지거나 계약이 안되는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미계약분을 계약하는 '선착순', 이른바 '줍줍(줍고 줍는다의 신조어)'이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이는 변경된 청약제도로 부적격자가 늘고, 급변하는 시세에 계약포기자가 속출한 데에 따른 것이다. 통장을 아끼거나 자격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이러한 잔여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남은 세대들은 어느정도 자금만 있으면 누구나 분양받을 수 있다. 만 19세 이상이기만 하면 청약통장 유무도 상관없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분양과 미계약 사태가 발생했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완판(완전판매)이 이어지고 있다. 미분양이었던 '검단신도시 유승한내들 에듀파크'(939가구)는 계약이 마무리돼 지난달 모델하우스를 폐관했고, '우미린 더 퍼스트'(1268가구)는 계약률이 95%를 웃돌고 있다.

올해 초 청약을 받었던 우미린 더 퍼스트는 청약제도 변경과 3기 신도시 발표로 청약경쟁률이 예상보다 낮았다. 공공택지다보니 전매제한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났고 3기 신도시 중 하나로 발표된 계양테크노밸리도 주변이었다.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은 2.37대1을, 최고경쟁률은 전용 84㎡A형으로 경쟁률이 3.98대 1을 각각 기록했다. 여기에 청약 부적격과 계약포기분이 이어지면서 이달부터 선착순 계약으로 전환했다.분양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떴다방(이동식 공인중개사)이나 투기를 목적으로 미계약분을 찾는 분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설 연휴동안 실수요자들이 꾸준히 찾으면서 미계약분들이 소진됐다"고 말했다. 통장 사용의 부담없이 내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자들이 하나둘씩 몰리면서 계약이 마무리됐다는 얘기다.

빠른 분양 마감 소식에 분양시기를 조율하고 있던 건설사들은 후속 아파트 공급을 서두르고 있다. 대우건설은 오는 15일부터 AB16블록에서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를 분양할 예정이다. 신설될 예정인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역과 가까운 편이다.
미계약분을 추첨으로 받았던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 모델하우스 (자료 한경DB)
일부에서는 미계약분을 잡으려는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과열양상을 나타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용두5구역을 재개발하는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이 이러한 경우다. 잔여가구 추첨에 3000여명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지는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33.36 대 1에 달했지만 미계약분이 발생했다. 이러한 가구수만도 90여 가구로 일반분양 물량(403가구)의 약 22%에 달했다.청약은 마감됐지만 미계약분들이 발생한 아파트들도 실수요자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연말연시 분양된 아파트 중 잔여가구를 공급하는 단지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식사2구역에서 분양한 '일산자이 3차'와 성남시 대장동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이 대표적이다. 현재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채 잔여가구를 공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경쟁률의 거품이 빠지고 청약 시장이 양극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일단 넣고 보자'였다면, 이제는 '혹시나'하면서 신중해진 모습이다"라며 "애매한 단지 보다는 누가 봐도 좋은 아파트로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천=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