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 연초부터 디폴트 경고음 커진 中 채권시장

58조원대 디폴트 발생 우려
연초부터 중국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가 터져 중국 금융당국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로 향후 디폴트가 급증해 채권시장뿐 아니라 중국의 금융시스템 전반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2일 블룸버그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재생가능 에너지와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는 중국민셩(民生)투자그룹이 지난 1일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의 원리금을 갚지 못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민셩투자가 오는 6월30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원리금 2320억위안(약 38조3900억원)을 상환하는데 실패해 최종적으로 디폴트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또 지난해 디폴트 상태에 빠진 대형 에너지 기업 윈타임에너지(永泰能源)도 채무 재조정 계획 일환으로 지난주에 상환할 예정이었던 회사채의 원리금을 갚지 못했습니다. 윈타임에너지의 채무 잔액은 1196억위안(약 19조7900억원)에 달합니다. 두 회사의 채무액을 합하면 58조원이 넘습니다. 블룸버그는 “최근의 상황은 중국 당국의 대응에도 11조달러에 달하는 중국 회사채 시장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두 회사의 부채 규모를 감안할 때 디폴트에 따른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돈줄이 마른 기업들이 회사채 만기 상환 압박에 시달리면서 비전통적인 거래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식품 가공업체 추잉 아그로 패스토럴 그룹은 이자 지급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해 채권자들에게 햄과 돈육 선물 세트를 제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비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회사채 디폴트가 올해 제조업과 부동산, 건설업 등 주요 산업의 상장사로 번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채 시장의 혼란이 주식시장으로 확산되고 금융시스템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중국은행보험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1.89%로 9월 말보다 0.0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액수로는 2조위안을 넘어섰습니다. 중국에선 작년 상반기에만 10여 건의 대형 기업이 디폴트를 냈습니다. SCMP에 따르면 작년 중국에서 발생한 디폴트 규모는 17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