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어린이 공원묘원 연다…소아암백혈병 사망자 무료안치

송길원 목사·가수 윤형주·황성주 박사 주도…"떠나간 어린 생명 안식처"
국내 최초로 아이들을 위한 공원묘원이 문을 연다.백혈병 소아암으로 부모 곁을 떠난 어린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다.

소아암 백혈병으로 숨진 어린이들을 심지어 무료로 안치한다.

개신교 단체인 하이패밀리는 세계 소아암의 날인 2월 15일을 맞아 양평 가족테마파크 '더블유 스토리'(W-Story) 내에 어린이 전문 화초장지인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연다.안데르센 공원묘원은 1천155㎡ 규모로, 화장한 유골을 화초 주변에 묻는 화초장 방식으로 장례를 진행한다.

어린이 전문 묘원이라는 특징에 맞춰 곰 캐릭터 비석이 설치되고 뽀로로 노래를 비롯한 동요가 흐르게 된다.

이 사업은 하이패밀리가 주도하고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국제사랑의봉사단이 함께 한다.12일 광화문 한 식당에서 하이패밀리 대표인 송길원 목사와 가수이자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이사인 윤형주 씨, 국제사랑의봉사단 대표 황성주 박사를 만났다.

송 목사는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들 시신도 제대로 치우지 못한 부모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라며 "아이들이 떠난 후에 남은 가족도 돌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유가 있어도 같은 생명인데 부모보다 먼저 간 자식이라는 이유로 장례도 치르지 않고 재를 뿌리는 경우도 많다"며 "사후에도 어린이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아이가 큰 병에 걸리면 부모가 경제활동을 제대로 못 하는 데다 치료비도 비싸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잃고 강물이나 산야에 재를 뿌린 부모는 훗날 아이를 찾아갈 기억의 공간이 없음에 또 한 번 고통받게 된다.

안데르센 공원묘원은 남은 가족들을 위한 애도치유프로그램도 제공할 계획이다.

단순히 아이들의 장례를 치르는 데 그치지 않고 남은 부모들이 아픔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한국해비타트 이사장을 맡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온 윤형주 씨는 오래전부터 소아암 백혈병 어린이들을 도와왔다.

그는 "1980년대 초 기독교방송에서 장애인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찬양의 꽃다발'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부터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이후 백혈병소아암협회 일을 하던 중 이번에 좋은 프로젝트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희대 의과대학에 진학했으나 중퇴하고 가수의 길을 걸은 그는 "의사가 됐더라면 아이들의 투병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며 "그런 미안함으로 아이들을 도왔는데 안타까운 이별도 많이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생식 대중화를 이끌었으며 암전문병원인 사랑의병원 원장이기도 한 황성주 박사는 "소아암 생존율이 예전보다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그는 "아이들 사망 이후에 화장해서 바다에 뿌리거나 하는 식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그게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며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