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사라지면 'SKY캐슬' 영원할 것"

서울 목동 한가람고 운영하는 이옥식 봉덕학원 이사장
“한때 ‘롤모델’이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가 이제는 ‘없애야 할 학교’로 취급받고 있어요.”

서울 목동에 있는 자사고 한가람고를 운영하는 봉덕학원의 이옥식 이사장(사진)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상곤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교육감으로 있을 당시 혁신학교 교사들을 한가람고로 연수를 보내기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두부모 자르듯 똑같은 아이들만 찍어내는 교육을 하지 말자는 게 자사고의 설립 취지”라며 “이를 지지하고 입학을 선택한 학생, 학부모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걸 교육당국이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자사고 24곳은 오는 7월까지 자사고 지위 유지 여부를 재평가받는다. 한가람고 등 자사고들은 “이번 재지정 평가는 이미 답이 정해진 요식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기 재평가 때와 달리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폐지 후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내건 데다, 전국 시·도교육감 17명 중 14명이 자사고 폐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1980년 영등포여상 수학교사로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이 이사장은 영등포여상 교장을 거쳐 1997년 한가람고 개교 때부터 교장으로서 학교를 일궜다. 한가람고는 2010년 자사고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이 이사장은 한가람고 교장을 맡으며 학생들이 수업을 선택해 스스로 시간표를 짜는 교육과정, 국내 최초 반바지 여름교복 도입 등 다양한 교육실험을 주도해왔다. 이런 시도들은 교육당국이 추진 중이거나 시행 중인 고교학점제, 편한 교복 공론화, 교원평가제보다 한 발짝 앞선 것이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교육당국은 ‘근거 법이 부족하다, 한가람고만 예외를 둘 순 없다’며 변화를 번번이 막아섰다”며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는 자사고였기에 교육청과 부딪히면서도 여러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한가람고가 일반 사립고를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일반고로 전환해도 어떻게든 해나갈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학교의 방향성에 동의하고 직접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아니라 그냥 배정된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고들이 강남 쏠림 현상을 일정 부분 완화한 것이 사실인데 자사고를 몰아내면 ‘SKY캐슬’은 영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