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압력' 쏙 뺀 日아베…北 단계적 비핵화 용인론 나와

아베 총리, 올해 들어 '압력' 표현 안 쓰고 '제재 이행'만 강조
'재팬패싱' 피하며 대북 관계개선 의도…"한꺼번에 비핵화 불가능"

오는 27~28일 열리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입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나왔던 '대북 압력'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북일 정상회담 개최 등 대북 관계개선을 염두에 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재팬 패싱(일본 배제)'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 내에서는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단계적 비핵화'를 용인하자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올해 들어 북한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삼가하고 있다.아베 총리는 작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전후에는 "최대한의 압력을 유지해 구체적인 행동을 끌어내야 한다", "일본이 국제사회를 리드해 압력을 가하겠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요구한다"는 등 강경 발언을 했었다.

그랬던 것이 올해 들어서는 발언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시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발언하면서 '압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대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는 지난달 말 개원한 정기국회에서도 '압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있다.

대신 '유엔 제재의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아베 총리는 지난 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의 필요성에 대해 일치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변화 기류가 일본 정부 내에서도 감지된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부 내에서는 '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용인론이 퍼지고 있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지난 9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상황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미국이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핵화를 전부 한꺼번에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의 발언을 전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갑자기 핵탄두를 파기하는 것보다는 사찰에 들어가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 이런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일본이 작년 초 '압력 강화'만을 주장하다가 한반도 화해 국면의 외교무대에서 일본만 고립됐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의 관심이 높은 납치 문제 해결에 진전을 보지 못한 가운데 자칫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를 받아들인다면, '재팬패싱'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북일 정상회담 개최에도 부정적영향을 줄 수 있다.니혼게이자이는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가 북한이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대신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협상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