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전학 시키면 주택 제공"…농촌 폐교위기 학교 살렸다

충북 괴산 부흥마을 자녀 전학 도시민에게 임대료 5만원뿐인 집 제공
6가구 초등생 5명, 유치원생 7명 유치…전교생 18명인 백봉초교 '경사'

자녀를 전학시키는 도시민에게 사실상 무료로 주택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폐교위기의 초등학교를 살린 마을이 있다.충북 괴산군 청안면 부흥마을에 있는 백봉초등학교는 76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다.
1970년대 전교생이 1천여명이 넘을 정도로 큰 학교였다.

그러나 이농과 농촌 고령화로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 전교생이 20명에 불과해 폐교위기에 몰렸다.주민들이 학교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2015년 정부의 창조적 마을 가꾸기 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돼 42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하게 되자 주민들은 이 마을의 옛 지명을 딴 제비마을 부흥권역 마을 만들기 추진위원회를 결성, 마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면서 백봉초등학교 살리기에도 공을 들였다.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명맥이 유지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주민 500여명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어서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들이 한해 3∼4명에 불과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주민들은 도시 어린이들을 유치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자녀를 답답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하며 맘껏 뛰어놀며 감성을 키워주고 싶어하는 도시민이 있을 것으로 봤다.부흥권역 추진위는 괴산군에 요청, 마을 가꾸기 사업비 가운데 7억5천만원을 들여 자녀를 백봉초교에 전학시키는 학부모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지을 것을 건의했다.

괴산군은 주민들의 요청을 적극 수용, 6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연립주택을 지어 최근 완공했다.

'행복나눔 제비 둥지'로 명명한 이 주택은 연면적 304㎡에 가구당 전용면적 60㎡ 규모로 아담하지만, 초등생 자녀와 생활하는 데는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정도다.

부흥권역 추진위가 최근 제비 둥지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반응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뜨거웠다.
청주는 물론 서울과 경기, 경북, 경남 등 전국에서 13가구가 입주 신청을 했다.

매달 관리비 5만원만 내면 자녀가 백봉초를 졸업할 때까지 거주할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

이 가운데 6가구가 제비 둥지 입주민으로 선정됐다.

11명의 부모를 따라 초등학생 5명, 유치원생 7명이 올해 신학기 백봉초와 백봉초 병설 유치원으로 전학한다.

백봉초 전교생이 18명, 유치원생이 8명인 것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다.

주민들은 제비 둥지에 입주하는 도시민이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이 마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생각이다.

한석호(60) 부흥권역 마을 만들기 추진위원장은 "반신반의했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이미 입주자 모집이 끝났는데도 계속 연락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한 위원장은 "폐교위기의 백봉초등학교가 살아났고 젊은 도시민의 이주로 주민 대부분이 60대인 마을에도 생기가 돌게 됐다"며 "제비 둥지 입주자들이 원주민과 어우러져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