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자본잠식으로 주식거래 중지

한진중공업 자본잠식 공시 “수빅 리스크 해소 전환점 될 것”
필리핀 수빅조선소 손실 2018년 회계연도에 반영한 결과 자본잠식 발생

한진중공업은 자회사이자 필리핀 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HHIC-Phil Inc.) 회생절차 신청에 따른 자산평가 손실 및 충당부채 설정으로 자본잠식이 발생했다고 13일 공시했다.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가 지난 1월 8일 필리핀 현지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규정상 2018년도 연결재무제표에 자회사 손실을 반영한 결과 자본잠식 되었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의 주식매매거래는 이날 자본잠식 공시에 따라 일시 정지됐다.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필리핀 은행들과의 협상이 마무리되고 국내외 채권단의 출자전환 추진 등으로 자본잠식을 해소하게 되면 상장유지 및 주식거래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채권단이 조만간 출자전환 등 자본확충 조치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한진중공업이 ‘클린 컴퍼니’로 재도약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본잠식의 원인이 자회사인 수빅조선소 경영악화를 반영한 결과인 만큼 그간 경영 정상화에 발목을 잡아왔던 ‘수빅 리스크’가 해소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수빅조선소는 지난 3년간 적자가 누적되며 본사의 재무건전성까지 악화시켜 왔다. 2016년 1820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2017년2335억원, 지난 해에도 3분기까지 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진중공업은 각각 493억, 866억, 72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자율협약 체결 이후 군함 등 특수선 수주로 총 27척 1조2000억원 상당의 물량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한진중공업이 2006년 필리핀 수빅만에 건립한 수빅조선소는 한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대 조선소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불황이 계속되자 수주절벽과 선가하락을 버티지 못하고 올 초 현지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 생산공정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고 단기유동성 측면에서도 방위사업청 등에 산업은행 보증으로 선수금을 받아 운영자금을 확보해 경영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영업활동도 수빅조선소와 영도조선소의 건조 선종이 달라 영향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회사측은 자구계획에 포함되었던 인천 율도부지와 동서울터미널, 영도조선소 부지 등 시장가치가 높은 보유자산과 각종 개발사업도 꾸준히 추진해 재무 유동성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자회사인 수빅조선소 손실을 반영해 자본잠식이 발생했지만, 영도조선소는 생산공정과 영업활동 등이 모두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채권단과 긴밀히 협조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