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판타지로 풀어낸 西아프리카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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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아데예미 '피와 뼈의…' 출간신화와 판타지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이 백인 주도 세계를 먼저 떠올린다. 금발 혹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남성들이 사는 유럽 대륙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런 연상 작용에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23세 미국 작가 토미 아데예미가 쓴 《피와 뼈의 아이들》(다섯수레)은 이런 신화적 상상력의 인종적 한계를 과감히 넘어선 판타지 소설이다. 그의 ‘블랙 걸 판타지’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저자는 흑인, 그중에서도 남성이 아니라 소녀를 전면에 내세워 서아프리카 문화와 신화를 판타지로 창작했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신비한 동물사전’ 등에서 보듯 ‘판타지 소설 속 배경은 유럽 또는 백인사회이거나 백인 남성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소설은 검은 피부에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마자이’라는 마법 종족 출신 소녀 ‘제일리’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마법을 사용할 능력이 사라진 채 최하층민으로 살던 제일리는 바다 깊숙이 버려졌던 성물(聖物)을 갖게 된 뒤 자신에게서 사라진 마법을 되살리고자 나머지 성물 두 개를 모으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소설은 단순히 이야기 속 역할을 백인에서 아프리카 소녀로 바꾼 데만 그치지 않는다. 작열하는 아프리카 태양 아래에서 검은 마법사들은 물론 용맹한 사자와 백표범을 타고 어슬렁거리는 불온한 흑인 전사들이 대규모 전투와 역동적인 마법을 선보인다. 아프리카 신화에 기반해 만든 마법 세계도 볼거리지만 인종, 계급, 권위와 같은 불평등한 현실 세계에 대한 예리한 비판이 담겨 있다는 점도 읽는 동안 의미 있게 다가온다.
백인이 아닌 첫 흑인 히어로 탄생을 알리고 주술과 전설 등 아프리카만의 역동적인 문화로 큰 호응을 받았던 영화 ‘블랙팬서’와 매우 비슷한 모습이다. 21세기폭스사가 영화로 만들고 있을 만큼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매력적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