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20년 지속한 CEO모임의 비결

황태인 < 토브넷 회장 thwang52@naver.com >
젊은 직장인들에게 최근 토론 모임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흔히 토론이라고 하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잘못된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2535세대’가 자발적인 토론 모임을 하는 이유는 다르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분위기에 억눌려 있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면서 주제 탐구의 즐거움을 찾고자 하기 위한 게 아닐까.

필자 역시 자발적이면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모임이 있는데 바로 ‘21CEF’란 최고경영자(CEO) 모임이다. 1999년 필자를 포함한 6명의 CEO가 구성한 모임이다. 목적은 새로운 경영 트렌드를 공유하고, 경영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모임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회원도 꾸준히 증가해 60여 명의 정회원을 두고 있다. 20년간 한결같이 매월 세 번째 수요일 오전 7시 정기모임을 갖는다.한편에선 유명 대학이나 경제단체에 소속된 CEO 모임이 아니라 순수한 민간 CEO 포럼이 어떤 매력이 있길래 20년이나 지속되는지, 그 비결을 많이 궁금해한다. 비결은 ‘공부하는 CEO 모임 21CEF’란 슬로건에서 찾을 수 있다.

모임 순서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회원 간 교제를 나누고, 오전 7시 반부터 9시까지 특강을 듣는다. 특강 주제는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 발맞춰 CEO가 들으면 유익한 다양한 주제를 그때그때 선정해 훌륭한 강사를 모시고 있다. 매월 정기모임에 참석하는 CEO만 해도 30명이 넘으니 결코 필자만 이 시간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정기 조찬뿐 아니라 특별 세미나도 연다. 회원 교제와 친목 도모를 위해 회원사 방문과 저녁 식사를 겸하는 사랑방 모임도 한다. 골프, 등산, 공연 관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친목도 도모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또 한 가지 비결은 바로 회원 간 돈이 오가는 투자나 비즈니스 거래는 가급적 자제한다는 점이다. 일부는 마케팅 활동을 위해 CEO 모임에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우리 모임은 철저히 이런 행위를 지양하고 있다.

앞서 직장인이 즐겨 찾는다는 토론 모임을 타인의 의견을 더 많이 듣는 기회로 여겨 자신의 목소리를 잠시 내려놓아도 좋을 듯싶다. 필자가 애착을 갖고 있는 CEO 모임에서 불편해질 수 있는 투자나 비즈니스 거래를 자제하는 것 역시 같은 의미다. 더불어 이 모임이 오래 지속가능한 것은 전임 회장단뿐만 아니라 전·현직 임원이 솔선수범해 높은 참석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좋음 속에서도 무엇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 것인지 판별해낼 수 있어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