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유발 하라리 등 석학 8인이 내다본 '인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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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측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은 건강, 의료, 주거, 교육, 식생활 등 우리 삶 전반을 송두리째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직업의 형태와 성격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보여주듯, 세계화가 심화됨에 따라 격차와 분극화도 발생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재러드 다이아몬드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 정현옥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 232쪽 / 1만5000원
현대 문명은 앞으로 이런 혁명의 흐름 속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 《초예측》은 일본 저널리스트인 오노 가즈모토가 세계 석학 8인과 미래에 대한 주제로 대담한 책이다. 방대한 인류사를 다룬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의 저자이자 세계적 문명 연구가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AI 연구가 닉 보스트롬, 인적 자원(HR) 권위자 린다 그래튼, 프랑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 미국 국방부 장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 등을 인터뷰한다.하라리는 인류에게 닥칠 세 가지 위기로 핵전쟁, 기후 변화, 그리고 과학기술에 의한 실존적 위기를 꼽는다. 특히 AI가 기존 사회질서와 구조를 완전히 파괴하고 수십억 명의 사람을 노동시장에서 퇴출시켜 취업이 불가능한 ‘무용 계급’을 대규모로 만들어낼지 모른다고 내다본다. 그는 “이런 위기는 국가 차원이 아니라 국제적 노력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며 “지금같이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이 계속 득세한다면 위험은 곧 현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AI가 초래할 사회 변화에 대해 닉 보스트롬은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 그는 대량 실업사태 대신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이상적인 상황이 실현된다면 인간은 더 많은 여가를 누릴 수 있다”고 낙관한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초지능에 도달하기 전, 기술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평화적인 목적으로 쓰는 방법을 다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100세 인생》 저자인 린다 그래튼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우리의 삶과 일이라는 좀 더 개인과 밀접한 이야기를 해준다. 현실로 다가온 ‘100세 시대’에는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 삶의 방식이 통용되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미래를 위한 새로운 인생 전략을 제시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적절한 시점에 재충전과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돈, 집과 같은 유형자산보다 건강, 적응력, 인맥 등의 무형자산이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빌 클린턴 행정부 국방부 장관으로 외교교섭을 맡았던 윌리엄 페리는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전망한다. 북한에 확실하게 체제 보장을 담보해줄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는 한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으로 전쟁 위협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우발적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정확히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들 석학의 예지를 활용하면 대략적인 윤곽이라도 잡아볼 수 있지 않을까.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