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규제'에 성장판 막힌 K바이오

파미셀 간경변 줄기세포치료제
'조건부 허가' 반려에 업계 분통

임상 끝나도 '5년 추적조사' 필요
다른 나라엔 없는 규제로 부담↑
정부의 ‘고무줄 허가 잣대’ 때문에 차세대 유망 의약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줄기세포치료제의 상품화 길이 막혔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바이오 기업 파미셀이 개발 중인 알코올성 간경변 줄기세포치료제 ‘셀그램-엘씨’에 대한 조건부 허가가 반려된 것이 계기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허용하는 등 규제를 혁파하겠다지만 바이오산업은 ‘규제 개선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줄기세포치료제의 조기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도입한 조건부 허가제도(패스트트랙)가 또 하나의 ‘현장 규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7건 올라왔다. 조건부 허가는 임상 3상을 거치지 않고 임상 2상 결과만으로 판매를 허가하는 제도다. 치료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 비가역질환’ 등에 허용된다. 하지만 중증 비가역질환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심사 때마다 오락가락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김현수 파미셀 대표는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2017년 말에는 심의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임상 환자들이 중증 비가역 질환 조건을 충족한다고 했다가 최근 심사에선 대상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파미셀은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조건부 허가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줄기세포치료제 허가 건수가 ‘0’에 그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고무줄 잣대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장기추적조사제도도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을 가로막는 대표적 규제로 꼽힌다. 임상에 참여한 모든 환자를 최소 5년간 추적 관찰하도록 하는 제도다. 해외에는 없고 국내에만 있는 규제다.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말 바이오의약품 연구를 촉진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법 제정이 무산됐다”며 “정부와 국회가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유/손성태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