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바지·트레이닝복 입고, 아빠옷 걸치는 '뉴트로 패션'…촌스럽다고요? 당신 촌스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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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Style‘새로운 복고’를 뜻하는 뉴트로(new+retro)가 패션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몇 년 전부터 ‘청청 패션’(청재킷+청바지) 등 복고풍 패션이 조금씩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아예 대세로 자리잡았다. 중저가 브랜드뿐 아니라 글로벌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명품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뉴트로는 하나의 큰 축이 됐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도 지금의 복고 트렌드를 ‘새로운 복고’, 뉴트로라고 명시하고 있다. 기존의 복고 트렌드가 옛것의 향수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과거를 새롭게 재해석한 현대적 감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얼핏 보면 촌스러워보이지만 이를 얼마나 새롭게 코디해서 입는지에 따라 ‘옷 좀 잘 입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대다.
새로운 복고 뜻하는 '뉴트로 패션' 대세로
배까지 올려 입는 '하이웨이스트 스타일', 엄마들이 입던 바지라 '맘 핏'이라고 불려
발목 부분 밴딩으로 처리한 '조거팬츠', 연보라·노랑·빨강 등 강렬한 색상 인기
아빠옷 훔쳐입은 듯한 '오버사이즈 재킷', 2벌씩 겹쳐 입으며 7080패션 재해석하기도
엄마가 입던 ‘배바지’가 돌아왔다
뉴트로 패션을 주도하는 건 단연 데님이다. 청재킷과 청바지는 7080세대를 대표하는 옷이었다. 지금의 1020세대는 청청 패션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특히 올 들어 유행하는 건 ‘맘 핏’ 청바지. 배까지 끌어올려 입는다고 해서 일명 ‘배바지’로 불리는 청바지는 올해 맘 핏이라는 이름의 신제품으로 돌아왔다. 엄마들이 젊었을 적 입었던 하이웨이스트(허리가 긴 바지) 스타일이라고 해서 맘 핏이라고 부른다. 바지를 위로 올려 입을수록 허리는 잘록하게, 다리는 길게 보인다. 또 골반과 엉덩이, 배를 다 덮어주기 때문에 입었을 때도 편안하고 몸매를 드러낼 수 있다. 맘 핏 청바지는 걸그룹 마마무의 화사가 입어 유명해지기도 했다.
자라, 앤아더스토리즈, 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도 올해 신제품으로 맘 핏 청바지를 내놨다. 엄마의 옷장 깊숙한 곳에서 꺼낸 것 같은 하이웨이스트 청바지는 자라에서는 ‘맘핏 진’으로, 앤아더스토리즈에서는 ‘맘 데님’으로, 리바이스에서는 ‘립케이지 진’으로 이름 붙였다. 자라의 맘핏 진은 복고풍의 워싱 기법을 적용해 맘 핏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U 하이라이즈 와이드 스트레이트 진’은 출시하자마자 흰색, 검은색, 블루 등 모든 제품의 주요 사이즈가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 캐주얼 브랜드 FRJ도 ‘걸프렌드 핏’이라는 이름의 하이웨이스트 청바지를 내놔 인기몰이 중이다.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이자벨 마랑은 뉴트로 트렌드에 맞는 넉넉한 하이웨이스트 바지, 점프슈트(상의와 하의가 연결된 옷), 멜빵바지 등을 신제품으로 출시했다. 밑단을 접어 귀엽게 연출할 수 있는 점프슈트는 이 브랜드의 베스트셀러이자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이다.조거 팬츠·트레이닝복도 ‘인기’
맘 핏 청바지뿐 아니라 발목 부분을 밴딩 처리한 트레이닝복 스타일의 ‘조거 팬츠’도 뉴트로 패션의 핵심 제품으로 꼽힌다. 조깅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입는 운동복 바지를 뜻하는 조거 팬츠는 밑단을 고정하기 위해 밴딩 처리한 스타일로, 활동이 편한 것이 특징이다. 운동할 때나 입던 조거 팬츠가 뉴트로 패션의 열풍과 함께 다시 유행하고 있다.나이키, 아디다스, 휠라 등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NII(니), FRJ, 널디 등 국내 브랜드도 조거팬츠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특히 널디는 ‘연예인 트레이닝복’으로 유명해졌다. 연보라, 노랑, 빨강, 하늘색 등 자칫 촌스러워보일 수 있는 색깔로 트레이닝복을 제작해 1020세대에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니의 ‘셋업 트레이닝 시리즈’는 1차 생산량이 완판돼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휠라의 ‘루즈핏 V블로킹 바람막이 재킷’도 트레이닝복과 청바지에 잘 어울리는 뉴트로 아이템으로 화제가 된 제품이다.
국내 브랜드도 앞다퉈 뉴트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스튜디오 톰보이는 빈티지한 색상의 ‘뉴트로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레오퍼드 패턴의 카디건은 출시 한 달 만에 80%가량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디자인 유나이티드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영감을 얻어 레드, 그린, 옐로 등 복고풍의 색을 전면에 내세웠다. 청청 패션은 물론 후드티, 맨투맨 티셔츠 등 복고 패션을 연출하기 좋은 제품들로 구성했다.장롱 속 아빠 재킷도 꺼내 입으세요
아빠가 입었을 법한 오버사이즈 재킷도 뉴트로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다. 과장된 어깨(파워숄더)가 특징인 오버사이즈 재킷은 청바지, 트레이닝복 등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는 올봄의 핫 트렌드다. 아빠 옷장에서 꺼낸 듯한 큼지막한 재킷을 두 벌씩 겹쳐 입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요즘 젊은 ‘패션 피플’은 얇은 재킷을 배바지 안에 넣어 입고 그 위에 더 큰 사이즈의 재킷을 겹쳐 입는 등 7080세대가 입었을 법한 옷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세계적으로 1980년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파워숄더 재킷 등 남성적 이미지의 옷을 입던 유행이 돌아온 것이란 분석이다. 자유분방해진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물고 과감한 옷을 자유롭게 입는 방식으로 표출된다는 것. 프랑스의 이자벨 마랑 디자이너는 “어깨가 강조된 점프슈트, 활동이 편안한 하이웨이스트 바지 등은 1980년대 화려한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옷”이라며 “복고 패션의 귀환과 여성의 지위 향상은 맥락이 닿아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