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가비상사태 선포할 것"…국경장벽 건설 강행

"멕시코 국경지역 마약·폭력·인신매매는 미국에 대한 침략"
예산안 서명해 셧다운 재발 피하면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승부수 띄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대선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약, 폭력조직, 인신매매 등은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이라며 "오늘 국가비상사태 선포(문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대선 핵심 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강행하기 위해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지만, 민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법적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향후 정국이 안갯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 처리 시한인 이날 예산안에 서명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재발을 막는 동시에 국가비상사태도 선포할 방침이다.앞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예산안은 국경장벽 건설과 관련해 13억7천500만 달러를 반영했으며, 전날 상원과 하원을 잇달아 통과했다.

장벽 예산이 애초 요구한 57억 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을 거부했다가 셧다운이 재발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산안에 서명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그는 작년 말 여야 합의안을 거부해 역대 최장기 셧다운을 초래했고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어 더는 '예산 투쟁' 방식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 핵심공약인 국경장벽 건설을 포기했다간 실망한 지지층이 대거 이탈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이에 따라 앞으로 국경장벽 건설은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의 첫 승부처로, 차기 대선 레이스를 조기에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은 1976년 제정된 국가비상사태법에 따라 이를 선포하면 의회의 견제 없이 예산을 재배정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미 행정부는 국방부의 마약단속기금 25억 달러, 군사건설예산 35억 달러 등 70억 달러를 재분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강력히 반발했다.

국경장벽 위기는 국가비상사태 선포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대통령의 의회 예산권 침범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대통령의 행위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헌법에 부여한 의회의 배타적인 돈지갑(예산) 권한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회는 의회에서, 법원에서, 대중 속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헌법적 권한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법적 도전에 직면할 것을 인정하면서 "대법원에서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