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무력화 나선 美, '개도국 우대' 축소 거듭 주장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불만들 드러내 왔던 미국이 개도국 우대(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 축소를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제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경제적으로 규모가 큰 국가들이 스스로 개도국이라고 주장하면서 WTO 내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서 이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WTO 체제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협약 이행에 더 많은 시간이 허용되고 농업보조금 규제도 느슨하게 적용된다.

미국은 세계은행에서 고소득 국가로 분류한 국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 무역량에서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은 개도국 우대 적용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의 주장이 향후 협상 과정에서 반영된다면 미국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중국, 인도뿐 아니라 한국도 WTO 내에서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기 어렵게 된다.
인도, 중국 등은 미국의 개도국 우대 축소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도는 특히 2001년 도하에서 열린 WTO 장관 회의에서 국가 개발을 중요한 어젠다로 정했다면서 다른 분야에 대한 협상들로 이행하기 전에 그 약속을 먼저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도하에서 이뤄진 합의는 이행됐다고 보고 있다.미국은 WTO가 편파적으로 판정을 내리고 있다면서 WTO 최고 심판 기구인 상소 기구 위원 선임 절차를 보이콧해 사실상 상소기구를 무력화시켰다.

상소기구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지난해 미국이 임기가 끝난 위원의 후임 선출을 거부하면서 현재 3명만 남아 있다.

상소기구는 3명이 한 사건을 맡는데, 한 사건 심리에만 최소 몇달이 걸린다.미국이 상소기구 위원 선임을 계속 거부하면 올해 12월에는 1명만 남게 된다.

미국이 개혁안을 제출했지만 인도, 중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만장일치로 안건을 처리하는 WTO 체제 특성상 WTO 존립을 둘러싼 혼란과 위기감은 이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