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원치 않는다"는 트럼프…北核 봉인 '하노이 담판' 마지노선 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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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美·北 정상회담 D-92차 미·북 정상회담을 열흘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진의’가 또다시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우리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해석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미국에서도 상반된 견해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한 핵 봉인(CVC)’을 목표로 잡았다는 분석부터 북한 비핵화 기대치를 낮추려는 사전 포석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2차 美·北 정상회담 의제 첫 언급…진의 뭘까
검증 가능한 봉인이 먼저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신고 포함…北 과거 흔적 확인·미래 핵봉쇄
현재 핵폐기 로드맵 도출까지 종착역 가기 위한 중간지대
애매한 화법, 해석 '분분'
미국내 비판여론 의식…기대치 낮추라는 암시일 수도
속도조절 언급은 '대북압박용'
갈수록 모호해지는 ‘트럼프 화법’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에 나왔다. 그는 “1차 (싱가포르) 회담에서 많은 것을 이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북한의 핵실험 중단과 6·25전쟁 참전자 유해 및 억류자 송환 등을 거론한 뒤 하노이 회담도 성공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리곤 불쑥 “(비핵화) 속도에 대해 서두를 게 없다”며 “우리는 단지(just)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확정된 뒤 비핵화 의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공개 발언이란 점에서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그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핵담판’ 장소로 하노이를 확정하면서 “북한은 ‘경제로켓’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조치를 이룰 경우 북한이 얻을 보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이었다. 이때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어떤 비핵화를 원하는지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하노이 담판’ 의제 미리 언급?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CVC를 목표로 제시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험과 생산에 관련된 모든 시설의 봉쇄를 하노이 회담의 마지노선으로 잡았다는 추론이다. 이와 관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조언하는 일명 ‘카네기 팀’도 최종 목표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 CVC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대북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비건은 이달 초 평양에서 2박3일간의 실무협상을 지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비판론자들도 ‘선(先)CVC’ 전략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라는 종착점에 다다르기 위해선 중간지대가 필요하다는 논리다.1994년 빌 클린턴 정부 시절에 이뤄진 제네바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도 지난달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모두 없애는 것만 해도 진짜 빅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검증 가능한 핵 봉인은 향후 북한의 ‘자진 신고’와 관련한 첫출발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핵·미사일 추가 실험을 없애려면 관련 시설을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변핵시설은 그 가운데 하나다.
‘핵보유국 북한’ 인정에 대한 우려북한이 이미 제조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관한 처리 방법이 ‘하노이 선언’에 담길지도 관심거리다. 핵시설 사찰을 통해 북한 핵의 과거 흔적을 확인하고, 봉인을 통해 미래 핵 능력을 봉쇄할 수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현재 핵의 폐기 로드맵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른바 ‘파키스탄 모델’로 불리는 암묵적 핵 용인 전략은 자칫 동북아시아의 핵 확산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미 의회의 반발도 넘어서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 조야에선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정치학 교수는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 데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는 행정부 내 일부 인사 역시 그러하냐의 여부”라고 덧붙였다. 북한과의 실무협상이 순탄하지 않은 표시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핵 협상의 기대치를 낮추려는 뜻을 트럼프 대통령이 은연중에 내비쳤다는 것이다.다른 해석도 있다. “서두를 게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은 일종의 대북 압박용이라는 것이다. 시간에 쫓겨 북한의 협상 전략에 말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제재는 그대로 있다.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