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아이즈원 天下'…K팝 역사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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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콘차트 1위 행진 비결12인조 신예 걸그룹 아이즈원이 일본 진출 K팝 역사를 새로 썼다.
데뷔앨범 첫 주 22만장 판매
트와이스의 20만장 추월
日 걸그룹과 견줘도 역대 2위
한국의 아티스트 육성 능력, 일본 마케팅력 융합한 결과
칼군무와 출중한 노래 실력…친구처럼 편안한 게 강점
일어로 소통…팬심 사로잡아
아이즈원의 일본 데뷔 싱글 ‘좋아한다고 말하게 하고 싶어’는 발매 첫날인 지난 6일 하루 만에 19만 장 이상 팔려 오리콘 데일리 싱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 걸그룹의 일본 데뷔 싱글 첫날 최대 판매 기록인 트와이스의 9만4000여 장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량이다. 일본 내 전체 걸그룹 데뷔 싱글 첫날 판매로는 HKT48의 20만 장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랐다. 이 앨범은 첫 주 판매량도 22만 장에 달해 종전 트와이스의 20만 장 기록을 넘어서며 K팝 걸그룹의 일본 데뷔 싱글 최고 기록을 세웠다.일본 내 K팝 전문평론가인 후루야 마사유키 씨는 18일 “한국의 아티스트 육성 능력과 일본의 음악 마케팅력이 융합한 결과”라고 아이즈원의 흥행 돌풍을 진단했다. 엠넷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을 통해 결성한 아이즈원은 데뷔 전부터 미디어를 통해 한·일 양국에서 화제를 뿌리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한·일 양국 아이돌의 ‘케미’
한국 엠넷과 일본 BS 스카파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동시 방송한 ‘프로듀스48’은 국내 아이돌 선발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제작진과 일본 인기 걸그룹 ‘AKB48’을 만든 아키모토 야스시 프로듀서가 힘을 합친 프로그램이다. 시작부터 양국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한국 연습생 57명, 일본 연습생 39명 등 총 96명이 오디션에 참여해 경쟁을 거쳐 최종 한국 9명, 일본 3명(미야와키 사쿠라, 야부키 나코, 혼다 히토미)을 선발해 아이즈원을 결성했다.한국과 일본 아이돌의 확연히 다른 시스템과 성향 등으로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멤버들은 뜨거운 화학반응으로 양국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수많은 난관과 압박 속에서도 노력하고 이겨내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며 스스로 팬이 됐다. 아이즈원의 일본 멤버 세 명은 이미 일본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AKB48 멤버들이었다. 이들이 K팝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 일본 팬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일본 내 홍보마케팅 최적화 노력
아키모토 프로듀서는 아이즈원이 일본에서 최적의 홍보마케팅 코스를 밟도록 지휘했다. 아이즈원은 신곡 발표 두 달 전에 인기 음악프로그램들에서 무대를 펼쳤다. 데뷔 전부터 주요 방송에 노출하는 일본 특유의 마케팅 방식이다. 지난 1월 도쿄돔 시티홀 쇼케이스에 4000여 명의 팬들이 참여했으며 그중 70% 이상이 여성이었다.K팝 기획사 관계자는 “K팝 남성그룹의 일본 팬덤과 비슷한 구성”이라며 “아이즈원의 공연 티켓과 앨범 구입에 아낌없이 투자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K팝 해외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아이즈원은 지난 15일에는 일본의 대표 음악방송인 TV 아사히의 ‘뮤직스테이션’에도 출연해 일본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신한류 현상’으로 롱런 기대
아이즈원은 탄생 과정 자체가 한·일 민간 문화교류의 상징이다. 양국의 우수 시스템을 결합해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획됐다. ‘칼군무’와 출중한 노래 실력을 갖춘 K팝, 귀엽고 친구처럼 편안한 일본 걸그룹의 강점을 합친 아이즈원은 일본인 멤버들을 중심으로 유창한 일본어로 소통하며 일본 대중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섰다. 한국의 칼군무 능력을 익힌 세 일본 멤버는 AKB48 시절보다 훨씬 많은 팬이 열광하는 데 놀랐다고 한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민감한 일본 10대들은 기성 세대와 달리 유튜브에 빠지면서 K팝에 더욱 매료되는 신한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강문 대중문화 평론가는 “아이즈원은 일본 10대를 겨냥한 ‘일본향 걸그룹’”이라며 “대중 속에 깊숙이 파고들 수 있는 실력과 역량을 갖춘 만큼 롱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