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부터 카드 수수료·보험료까지…쏟아지는 '금융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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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더 탕감해주라는 정부금융권은 취약계층뿐 아니라 은행권에 빚을 진 일반 채무자까지 채무 감면을 대폭 확대해주기로 한 이번 ‘개인채무자 신용회복 지원제도’를 금융포퓰리즘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업권을 막론하고 금융포퓰리즘을 앞세운 관치금융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비자 보호' 명분
금융사 압박해 '깎아주기' 심각
금융권 "금융을 산업으로 안보고 복지에 자금 대는 통로로 여겨"
대표적인 사례가 카드수수료, 대출금리, 보험료다. 한 전직 고위관료는 “수수료, 금리, 보험료는 개입이 상대적으로 쉽고 효과도 단기간에 나타날 수 있어 금융당국 관료들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보호를 앞세우면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첫해인 2017년 7월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를 확대했다. 이어 지난해 11월과 12월엔 각각 우대 수수료 가맹점 범위를 확대하고, 카드수수료를 0%대로 낮춘 제로페이를 도입했다. 수수료 인하는 카드사 수입 감소와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진다.
금융위원회는 지금보다 대출금리가 0.27%포인트 낮은 새로운 대출 상품을 오는 7월부터 출시하는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개편방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출금리를 낮춰 은행들이 보는 손실은 최대 1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등 보험료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을 압박해 보험료 인상률을 억제하는 방식이다.관치금융의 이면엔 ‘은행 등 금융회사가 소비자 돈을 굴려 쉽게 이익을 낸다’는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이 적지 않게 깔려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나친 관치금융에 따라 금융사의 상품과 서비스가 획일화되고,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에선 금융을 산업으로 인식하지 않고 다른 산업에 자금을 대는 통로로만 여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정치 논리에 따른 ‘정치금융’도 가격 개입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앞서 당초 일방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금융위가 자영업자 보호를 내세운 여당의 잇단 압박에 굴복해 지난해 11월 새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민간 분야인 금융을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는 만능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