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무역전쟁 재발하나…美-EU 관세·맞불관세 경고 교환

車관세에 신속보복 준비…융커 "콩·가스 수입중단" 경고
농산물·공산품·디지털세 등 무역협상에도 난제 '산넘어 산'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무역전쟁이 재점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미국과 유럽연합(EU)은 작년 7월 휴전에 합의했으나 최근 미국의 자동차 고율 관세부과 움직임과 함께 분위기가 다시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미국 상무부는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 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고서 제출 시점부터 90일 이내에 관세부과를 명령할 권한을 손에 넣었다.부과 여부나 범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위임된 상황에서 EU는 유로존 경제의 심각한 타격을 우려한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판매부진, 환경규제 강화,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혁신기술의 도입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차나 부품, 자동차 혁신기술에 대한 표적 관세는 교역 상대국의 전환기 생존을 위협하는 악의적 보호무역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농후하다.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한 듯 EU 지도부에서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유럽의 수출에 해를 끼치는 행동으로 나아가면 EU 집행위는 신속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유럽의회에 출석한 장뤼크 드마르티 EU 집행위원회 통상총국장은 EU 집행위가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할 때 200억 유로(약 25조4천억원) 규모의 미국 제품에 맞불을 놓을 표적을 정해뒀다고 증언했다.독일 경제 주간지 '비르트샤프트보케'는 EU가 설정한 200억 유로 보복관세 표적 중에 미국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계획이 단순한 응징을 뛰어넘어 유럽의 전기차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대미 수입축소까지 거론하며 미국의 자동차 관세부과 방안에 극심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융커 위원장은 이날 독일 일간지 슈투트가르터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분간 자동차 관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나는 그 약속을 믿을만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융커 위원장은 "그가 약속을 깬다면 우리도 미국산 대두(메주콩)와 액화가스를 더 많이 수입한다는 약속을 지킬 의무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위원장은 작년 7월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을 중단하고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융커 위원장은 미국산 대두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작년에 미국과 EU는 최대의 안보동맹임에도 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첨예한 통상갈등을 노출했다.

미국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들어 EU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하자 EU는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등 미국을 상징하는 수입품을 표적으로 삼아 맞불을 놓았다.

EU와 미국이 작년 합의에 따라 진행하는 무역협상도 난제가 산적해 무역전쟁 재발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미국 의회에 제출한 협상 목표에는 농산물 시장개방이 포함됐다.

농산물시장은 EU가 28개 회원국의 다양한 요구를 담아 미국과의 양자 무역협정을 진행하면서 공동체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해온 부문이다.

USTR은 자동차를 포함한 핵심공업 부문에서도 불필요한 규제의 차이와 비관세장벽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USTR은 다운로드에 대한 관세를 방지하고 디지털 상품이 생산되는 지역이나 기업의 국적 때문에 차별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는 EU 규제 당국과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공룡기업들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차후에 난제로 돌출할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