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흉환자 80% 이상이 男…재발 잦아 내시경으로 기낭제거 수술 받아야

키가 크고 마른 1020 남성
흡연자라면 일차성 기흉 위험 커
폐질환 앓았던 6070 노인
이차성 기흉으로 이어지기도

가슴 통증·호흡 곤란 호소
수술 후에도 3~5%가 재발
의학을 주제로 한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 가슴통증으로 쓰러진 환자의 가슴에 볼펜을 꽂아 응급처치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기흉이 생긴 환자에게 의사가 응급처치하는 장면이다. 기흉은 폐를 둘러싼 흉막강 안에 다양한 이유로 공기가 차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국내 기흉 환자의 80% 이상이 남성이다. 10대와 20대 환자가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특히 마른 환자에게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에서 공기 새어 나오는 질환폐는 수많은 아주 작은 풍선이 모이고 연결돼 하나의 커다란 풍선을 만들고 있는 장기다. 기흉은 작은 풍선 중 일부가 터져 폐의 공기가 새어 나오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폐가 눌리고 새어 나온 공기가 가슴 안에 고인다. 기흉이 생기면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찬 증상을 호소한다. 대부분 심각한 상태가 되기 전 병원을 찾는다. 일부 환자는 새어 나온 공기 압력이 갑자기 커져 주변의 심장이나 혈관을 누르는데, 이를 긴장성 기흉이라고 부른다.
기흉은 크게 일차성 기흉과 이차성 기흉으로 나눈다. 일차성 기흉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젊은 남성에게 주로 생긴다. 대개 키가 크고 깡마른 남성들이다. 일차성 기흉은 폐에 특별한 질환 없이 생기기 때문에 자연 기흉이라고도 부른다. 폐 표면에 큰 공기주머니가 볼록 튀어나온 기낭이 먼저 생기고 기낭이 터지면서 기흉이 생긴다. 기낭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기낭이 잘 생기고 기흉 발생도 증가한다. 깡마르고 키가 큰 젊은 남성 흡연자라면 기흉 위험이 더 높은 셈이다.

이차성 기흉은 폐 질환 때문에 생기는 것을 말한다. 특정한 질환을 오래 앓던 환자들에게 이차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이차성이라고 부른다. 60~70대 노인 환자가 많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나 폐기종 때문에 기흉이 생기는 환자가 많다. 결핵, 악성 종양, 폐섬유증, 폐렴도 기흉으로 이어진다.
가슴통증, 호흡곤란 호소

기흉이 생긴 환자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가슴통증이다. 환자마다 통증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데 대개 숨을 쉴 때마다 가슴 안쪽이 뻐근해진다고 한다. 통증을 갑자기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통증이 서서히 생기기도 하고 운동 등 활동 상태와 상관없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호흡곤란 증상이 생기는 환자도 많다. 일차성 기흉이 생긴 젊은 환자는 호흡곤란 증상을 많이 호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응급상황으로 분류되는 긴장성 기흉이 생겼거나 나이가 많은 이차성 기흉 환자는 통증보다 호흡곤란 증상을 심하게 호소하기도 한다. 기침, 가래가 갑자기 늘거나 운동할 때만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심해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김영두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사진)는 “폐에 생긴 구멍의 크기가 작고 폐 밖으로 새어 나온 공기가 적다면 안정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될 수 있다”며 “이때 코나 입으로 산소를 투여해 주면 더 빨리 좋아진다”고 했다. 하지만 새어나온 공기의 양이 많아 폐가 정상보다 20% 이상 쪼그라들었다면 새끼손가락 굵기 정도의 긴 튜브인 흉관을 가슴 안쪽에 넣어 새어 나온 공기를 몸 바깥으로 빼줘야 한다.

기흉은 재발이 잦다. 폐 표면에 생긴 큰 공기주머니인 기낭을 제거하지 않으면 환자의 30~50%가 재발한다. 재발하면 기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기흉 수술은 대부분 내시경을 활용한 흉강경 수술을 한다.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비교적 안전한 수술이다. 가슴을 열지 않고 해 통증과 흉터가 작다. 회복도 빠르다.

재발이 아니더라도 상태에 따라 수술이 필요하다. 흉관을 넣었지만 폐가 펴지지 않고 4일 이상 공기가 계속 샌다면 수술해야 한다. 기흉이 양쪽 가슴에 함께 생기거나 긴장성 기흉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수술 후에도 재발 위험이 있다. 대개 수술 환자의 3~5%가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후 새로운 기낭이 생기거나 수술한 부분 바로 옆에서 공기가 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나이가 많은 이차성 기흉 환자는 원인이 되는 폐 질환을 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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