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부대 어쩌나' 딜레마 빠진 한국당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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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용 "동원된 청중의 야유는 자제요구 외 방법 없어"
극단 표심 노린 우경화 지적…김무성 "과격분자 놀이터 안돼"
자유한국당이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이 주축을 이루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전대 응원 열기 등 겉으로 드러난 것만 놓고 보면 태극기 부대는 주로 김진태 당대표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전국 권역별 합동연설회마다 대거 참석해 욕설과 고성 등으로 전대 분위기를 흐리고 '세 과시형'의 낡은 정치행태로 정당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스스로 '박근혜 프레임' 또는 '탄핵 프레임'에 얽혀들어가는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정치권에선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2017년 대선과 지난해 6·13 지방선거까지 연이어 패배하면서 일부 극단적 지지층 결집에만 매진한 결과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또다른 한편에선 초기보다 지지율이 많이 꺾이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높은 지지세를 가진 문재인정부와 4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위 속에 조급증을 보이는 한국당 일각의 세력이 이념적 편향으로 기우는 현상이라는 진단도 있다.
이런 현상은 극단의 표심을 노린 일부 당권주자의 부추김에 영향받아 당의 우경화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태극기 부대는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 이어 지난 18일 대구·경북(TK) 지역 연설회에서도 1천명 이상이 운집해 다른 후보의 연설 도중 욕설을 퍼붓고 고성을 지르면서 행사 진행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각 후보 캠프에서도 이를 막을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원인 이상 합동연설회장 출입을 막을 방법은 없는 데다, 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할 극성 지지세력을 내칠 수도 없기 때문에 당 지도부로서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은 1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후보들 간 비방은 선관위가 주의를 줄 수 있지만, 동원된 청중들이 야유하는 것은 자제요구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선관위가 자제시키려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이상한 모습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 당에는 충분한 자정 능력이 있다"며 태극기 부대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을 피했다.
김진태 후보를 제외한 각 후보 측도 태극기 부대의 행태를 우려하긴 마찬가지지만 정치적 셈법에 따라 대응 수위를 고심 중이다.황 후보 측은 통화에서 "전당대회라는 집안 잔치에 온 사람들인데 박대할 수는 없지만, 직접 응대하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황 후보는 전날 연설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것은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는 우리가 다 극복해 가야 할 상황이다.
가급적 잔치 같은 전당대회가 되길 바란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황 후보가 이번 전대에서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데다, 친박(친박근혜)계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과도 선을 그을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 개혁보수 주자로 '박근혜 극복' 카드를 들고나온 오세훈 후보는 태극기 부대에 거리를 두며 상대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보인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면 더 심해질까 봐 선관위에 공문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걱정스럽다"며 "탄핵 이후 태극기 부대의 행동이 어떨지 일부 예상은 했지만 지금의 행태는 안하무인 수준"이라고 했다.
오 후보는 이번 전대에서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는 '총선 효자론'을 거듭 강조하며 한국당의 '박근혜 그림자 지우기'의 깃발을 들었다.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전·현직 기초·광역 의원들이 모여 오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지지선언문에서 "당 개혁을 위해 전대가 박근혜 프레임, 과거 프레임, 망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태극기 부대로 인해 중도·개혁 민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무성 의원은 '열린토론, 미래'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며 "우리 당이 그런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논란을 초래한 김진태 후보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어제 연설회에서 야유 등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저도 마음이 불편하다"며 "저를 지지하는 분들은 이번 전대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품격있는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극단 표심 노린 우경화 지적…김무성 "과격분자 놀이터 안돼"
자유한국당이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이 주축을 이루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전대 응원 열기 등 겉으로 드러난 것만 놓고 보면 태극기 부대는 주로 김진태 당대표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전국 권역별 합동연설회마다 대거 참석해 욕설과 고성 등으로 전대 분위기를 흐리고 '세 과시형'의 낡은 정치행태로 정당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스스로 '박근혜 프레임' 또는 '탄핵 프레임'에 얽혀들어가는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정치권에선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2017년 대선과 지난해 6·13 지방선거까지 연이어 패배하면서 일부 극단적 지지층 결집에만 매진한 결과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또다른 한편에선 초기보다 지지율이 많이 꺾이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높은 지지세를 가진 문재인정부와 4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위 속에 조급증을 보이는 한국당 일각의 세력이 이념적 편향으로 기우는 현상이라는 진단도 있다.
이런 현상은 극단의 표심을 노린 일부 당권주자의 부추김에 영향받아 당의 우경화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태극기 부대는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 이어 지난 18일 대구·경북(TK) 지역 연설회에서도 1천명 이상이 운집해 다른 후보의 연설 도중 욕설을 퍼붓고 고성을 지르면서 행사 진행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각 후보 캠프에서도 이를 막을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원인 이상 합동연설회장 출입을 막을 방법은 없는 데다, 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할 극성 지지세력을 내칠 수도 없기 때문에 당 지도부로서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은 1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후보들 간 비방은 선관위가 주의를 줄 수 있지만, 동원된 청중들이 야유하는 것은 자제요구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선관위가 자제시키려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이상한 모습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 당에는 충분한 자정 능력이 있다"며 태극기 부대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을 피했다.
김진태 후보를 제외한 각 후보 측도 태극기 부대의 행태를 우려하긴 마찬가지지만 정치적 셈법에 따라 대응 수위를 고심 중이다.황 후보 측은 통화에서 "전당대회라는 집안 잔치에 온 사람들인데 박대할 수는 없지만, 직접 응대하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황 후보는 전날 연설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것은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는 우리가 다 극복해 가야 할 상황이다.
가급적 잔치 같은 전당대회가 되길 바란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황 후보가 이번 전대에서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데다, 친박(친박근혜)계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과도 선을 그을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 개혁보수 주자로 '박근혜 극복' 카드를 들고나온 오세훈 후보는 태극기 부대에 거리를 두며 상대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보인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면 더 심해질까 봐 선관위에 공문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걱정스럽다"며 "탄핵 이후 태극기 부대의 행동이 어떨지 일부 예상은 했지만 지금의 행태는 안하무인 수준"이라고 했다.
오 후보는 이번 전대에서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는 '총선 효자론'을 거듭 강조하며 한국당의 '박근혜 그림자 지우기'의 깃발을 들었다.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전·현직 기초·광역 의원들이 모여 오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지지선언문에서 "당 개혁을 위해 전대가 박근혜 프레임, 과거 프레임, 망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태극기 부대로 인해 중도·개혁 민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무성 의원은 '열린토론, 미래'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며 "우리 당이 그런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논란을 초래한 김진태 후보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어제 연설회에서 야유 등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저도 마음이 불편하다"며 "저를 지지하는 분들은 이번 전대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품격있는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