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최종담판 곧 시작…쟁점은 '노동자 건강·임금 보전'

도입 요건 완화 방안도 쟁점으로 부상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를 두고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최종 담판이 곧 시작된다.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는 이날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오후 9차 전체회의를 열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에 관한 노·사 합의를 다시 시도한다.

노동시간 개선위는 당초 전날 8차 전체회의에서 논의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10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논의 기한을 하루 연장해 9차 회의를 하기로 했다.

개선위는 타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9차 회의 직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 고용노동부 차관 등이 참석하는 고위급 회의를 열어 의제를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논의의 핵심 쟁점은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노동자 건강권 침해와 임금 감소를 방지하는 방안이다.

노·사 양측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최장 6개월로 확대한다는 데는 큰 틀의 공감대를 이뤘으나 노동자 건강권 보호와 임금 보전 방안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노동계는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할 경우 노동자 건강권 보호 장치로 일·주·월별 노동시간 상한 설정, 탄력근로제 연속 시행 금지, 하루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주 1회 24시간 휴식 보장 등을 제안했다.임금 보전 방안으로는 노동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하거나 1주 40시간을 넘으면 가산금을 지급하고 현행 근로기준법상 선언적 조항인 사용자의 임금 보전 의무 조항에 처벌 규정을 둬 이를 강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 필요성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일정 기간 집중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탄력근로제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노동시간 개선위 공익위원이 노동부의 과로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12주 평균 60시간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따른 노동자 건강권 보호 기준으로 제시했으나 경영계는 이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다.경영계는 또 노동계 요구대로 임금 보전 방안을 노·사 서면 합의에 명시할 경우 또 다른 임단협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 완화 방안도 노·사가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난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으로는 단위 기간 2주 이내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가능하지만, 단위 기간이 그 이상이면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

당초 경영계는 서면 합의를 조건으로 해놓으면 노조의 반대로 사실상 도입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협의'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입장을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도입에 관한 노·사의 일괄적 합의 방식을 부문별 합의 방식으로 바꾸는 등 도입 방식을 유연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도입뿐 아니라 운영할 때 노동일과 노동시간 등도 노·사 합의로 정하고 이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일과 노동시간 등의 결정 방식을 유연화해 사용자의 재량권이 커질 경우 노동자의 건강권이 침해되고 생활의 불규칙성이 커질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앞서 노동시간 개선위는 당초 논의 기한인 18일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논의 결과를 그대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논의를 하루 연장해 낮은 수준의 합의나마 모색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경사노위 산하 다양한 의제별 위원회 중에서 처음으로 최종적인 논의 결과를 내놓는 노동시간 개선위가 '빈손'으로 활동을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작용했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는 달리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18일 전체회의에서도 막판까지 노동자 건강권과 임금 보호 장치에 관한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영계의 소극적인 태도다.정부 여당이 사실상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방침을 정해두고 경사노위 논의에 부친 상황에서 경영계는 노동계 요구를 수용할 유인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