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다리 쓰지마!"…날벼락 맞은 산업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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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9
고용부 올해부터 전면금지…"현장 모르는 탁상행정" 분통
안전 좋지만 노동자도 불만
발판 달린 사다리만 허용
위반시 5000만원 이하 벌금
"날 풀리면 공사 현장 대혼란"
높이 조절 안되는 발판 사다리, 좁은 공사장엔 실용성 떨어져
가격 비싸 교체비도 만만찮아
![말비계 사다리](https://img.hankyung.com/photo/201902/AA.18976207.1.jpg)
“추위 풀리는 3월부터 대혼란 불보듯”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올해 1월1일부터 공사·작업용도로 사다리를 쓰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사다리를 타고 아래위로 이동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위에 올라가 작업하는 것은 안 된다는 뜻이다. 고용부는 그동안 사다리를 이용해 2인1조로 작업을 허용했던 사다리안전보건지침도 폐기했다.
![A자형 사다리](https://img.hankyung.com/photo/201902/AA.18973946.1.jpg)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정책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오히려 싸늘하다. 부산의 한 건물청소업체 관계자는 “한 번도 현장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내놓을 수 있는 발상”이라며 “추위가 풀리고 작업이 늘어나는 3월부터 곳곳에서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작업 공간이 넓고 대체 장비가 마련돼 있는 대규모 건설 현장이라면 몰라도 사실상 마땅한 대안이 없는 중소 현장에서는 법을 어기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용 문제도 영세업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비계를 쓸 땐 2~3명의 인원이 필요한 데 이들의 하루 단가는 약 22만원. 비계당 70만원의 노임이 추가되는 셈이다. 결국 사업원가 상승과 공사 기간 연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중소 건설업체 관계자는 “과거 공사를 수주할 때 사다리를 작업대로 쓰는 것을 기준으로 입찰했는데 갑자기 사다리가 금지되면서 추가비용이 생기고, 공기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영세업체에 대해 재정 지원을 하고 사다리 대신 쓸 수 있는 실용적이고 안전한 장비를 개발·보급하는 데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기업재난안전협회 관계자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사다리가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고 혼자서도 작업할 수 있는 무동력 리프트로 대체되는 추세”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금지·단속만 할 게 아니라 정책 취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