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카드수수료 논란, 시장경쟁이 답이다

"대형점으로 번진 수수료 인상 논란
정부 개입 대신 공정경쟁 룰 만들어
요율 근거 공개하고 협의토록 해야"

김대종 < 세종대 교수·경영학 >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촉발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정책적으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중소상공인·자영업자와 수수료 수익을 지켜내려는 카드업계가 부딪쳤는데 정부는 가맹점인 중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법으로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는 영세한 중소가맹점의 기준이 되는 연간매출액 규모를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으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정부는 카드업계의 반발에 적격비용(원가)에서 기업 이미지 광고, 접대비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 마케팅 비용 절감을 주문하며 정책을 강행했다.

그런데 최근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했다. 2012년 도입된 적격비용 제도로 인해 3년마다 비슷한 갈등이 반복돼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이번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다. 금융위원회는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인데, 결국에는 과거처럼 금융위가 개입해 카드사와 가맹점 간 협의와 타협을 종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그동안 정부 정책에 의해 카드 수수료율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이제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다시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다. 가맹점 입장에서 카드 수수료는 현금 취급의 불편함과 외상매출에 대한 위험을 덜게 해주는 편익에 대한 지급 비용이다. 시장경제에서 자유로운 경쟁 환경이 조성된다면 적정가격이 결정되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의 일종이다.

하지만 카드를 결제수단으로 무조건 받아야 하는 의무수납제도하에서는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카드사 간 경쟁을 통해 내려갈 리 없다. 또 가격차별 금지 정책에 따라 카드 결제 수수료가 인상돼도 가맹점은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카드사는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는 비용절감보다는 카드 가입자 수와 이용금액을 늘리기 위해 소비자 혜택(적립, 할인 등)을 늘리는 경쟁을 할 뿐이다.

카드사는 이런 마케팅 비용을 다시 적격비용에 반영해 수수료율을 인상한다. 가맹점은 인상된 수수료율을 감내하거나 상품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물가인상 요인이 된다. 소비자는 현금으로 결제할 때보다 할인혜택도 있고, 연말 소득공제까지 가능한 카드결제를 마다할 리 없다. 결국 카드 이용에 따른 긍정적 측면은 희석되고, 고비용의 지급결제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이다.국내 카드산업은 자영업자의 매출을 투명화하고 정부의 세수증대를 목적으로 관치(官治) 구조에서 성장한 측면이 있다. 캐나다 등 선진국은 카드 의무수납제가 없기 때문에 가맹점이 카드 수납을 거절할 수 있어 수수료 협상이 가능하다. 현재 의무수납제가 없는 외국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평균 1.58%, 직불카드는 0.47%다. 우리나라 신용카드 수수료는 현재 약 1.8~2.3%이고, 직불카드는 약 1.7%로 외국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중국과 같은 후발 성장국가는 카드를 거치지 않고 바로 QR코드 등 다른 간편결제 수단이 보편화돼 있어 이용자와 판매자 모두 만족도가 높다.

경제학의 최대 목표는 공정성과 효율성이다. 카드수수료 역시 공정하고 투명하게 결정돼야 한다. 카드수수료를 정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도 카드수수료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해야 하며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카드사와 가맹점 관계엔 공정성과 함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일반 국민이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 산정체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가맹점과 카드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수수료 비용을 협의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불공정 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수는 있지만, 공정한 경쟁 규칙을 만들어 시장이 스스로 돌아가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