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탄핵·5·18'…과거에 발목 잡힌 한국당 전당대회

2020년 총선승리·정권교체 전략 부재, 민생 이슈 실종
당내서도 "박근혜·5·18 논쟁할 시간 없어…미래로 가야" 비판도

자유한국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2·27 전당대회가 '박근혜', '탄핵', '계파갈등', '5·18' 등 과거 이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공식 선거운동이 20일로 반환점을 돌았지만, 선거 기간 내내 최대 화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정 여부와 '옥중 박심'(朴心·박 전 대통령 의중), 5·18민주화운동 모독 논란 등이었다.

여기에 두 차례 열린 합동연설회마저 박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인 일명 '태극기 부대'의 집단적인 욕설과 야유, 고성 등으로 얼룩져 기대했던 컨벤션효과마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후 구속수감돼 정치 현장에서 퇴장한 상태이지만 한국당 정치지형에 끼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그가 '옥중정치'를 할 만큼 현실 정치권에 힘을 미치진 못하더라도 국정농단과 탄핵의 책임 소재를 거론할 때마다 당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갈등이 불거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입당 후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진 황교안 후보에게 따라붙은 '탄핵총리', '배박'(背朴·박근혜를 배신했다) 논란의 꼬리표도 이번 전당대회가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특히 배박 논란의 경우 친박 표심에 실제로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지만, 화두로 떠오른다는 것 자체가 이번 전당대회를 과거 퇴행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국민 여론보다 특정 계파의 '보스'나 '주군'에 대한 충성심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낡은 정치를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전날 열린 TV조선 방송토론회에서도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정 여부는 주요 논쟁 포인트였다.

입당 이후 박 전 대통령과 탄핵에 대해선 되도록 언급을 삼갔던 황 후보가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았다는 것이 입증된 바 없다"며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지난 8일 '5·18 모독' 공청회가 지핀 논란의 불씨도 전대 기간 내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해당 공청회를 공동 주최한 김진태 의원과 '5·18 모독' 발언을 한 김순례 의원이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으로 출마하면서 전대 분위기를 우경화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김진태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태극기 부대'는 두 차례 열린 합동연설회장에서 다른 후보의 연설 도중 욕설을 하는 한편, 행사장 밖에서 마이크를 쥐고 '아스팔트 국민 여론은 김진태·김순례'라고 외치면서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번 전대에서 2020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 전략 등 미래 담론은 보이지 않은 채 '문재인 탄핵'과 같은 선동적인 구호만 난무하면서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비박계 장제원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 글에서 "당을 '극우정당'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수였는지 투표로 증명해야 한다"며 "당이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에 선 전당대회에서 미래로 가야 한다.

더이상 5·18이나 박 전 대통령을 두고 논쟁할 시간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번 전대가 과거 이슈에 매몰됐다는 진단에 대해 "'황교안 대세론'을 공격하다 보니 박 전 대통령, 친박·비박 등 과거 이슈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김 교수는 "이번 전대에서 한국당이 만나야 할 미래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TV 토론회나 합동연설회 등에서 민생에 관한 실질적인 비전과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