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검찰수사 속도…김은경 곧 재소환

김태우 폭로 사건 중 유일하게 핵심인물 소환·자택 압수수색
'표적 감사' 청와대 보고 정황…靑 '적법한 감독권 행사' 주장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진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김 전 수사관이 제기한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특감반의 불법 사찰과 여권 유력 인사 비위 첩보 무마 등 김 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진 의혹 전반을 수사 중이다.

특히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진전이 이뤄진 것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고 자택 압수수색도 실시됐다.부당한 인사 정황을 의심케 하는 보고가 환경부와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이뤄진 정황도 포착된 상태다.

특감반의 불법 사찰 등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수사관과 자유한국당이 '몸통'이라고 주장하는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한 번도 출석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훨씬 빠른 속도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환경부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받으려 했다가 거부당하면 '표적 감사'를 계획하고, 이렇게 마련한 빈자리에 친정부 성향 인사들을 앉히려 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김 전 장관을 다시 불러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보고하거나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추궁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으로부터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 수리에 관한 질문을 받고 "(산하기관 임원의) 임명 권한은 사실 제게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도 청와대 개입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아울러 검찰은 청와대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감사를 '적법한 감독권 행사'라고 주장하는 만큼 환경부의 감사가 일반적인 범위나 방법을 넘어 '찍어내기' 수단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 사건은 김 수사관이 특감반에 근무할 당시 환경부에서 산하기관 8곳의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를 담은 문건을 받아서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이후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이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한국환경공단 외에는 특별한 동요나 반발 없이 사퇴 등 진행 중'이라는 문구가 담겼으며 사표 제출 요구에 반대하는 이들의 사유도 적혀 있었다.

한국환경공단 김모 전 감사는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감사 압박에 못 이겨 지난해 3월 사표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공단은 같은 해 6월 감사를 새로 뽑는다는 공고를 냈고, 7명이 서류 심사에 합격했으나 면접 결과 적격자가 없다며 전원 탈락 처리했다.

공단과 환경부 안팎에서는 당시 친정부 성향 인사를 감사에 앉히려다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공단이 전형 자체를 무효화했다는 말이 돌았다.한국당은 이 문건을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규정하고, 지난해 12월 27일 김 전 장관과 환경부 박찬규 차관, 주대영 전 감사관, 김지연 전 운영지원과장, 청와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