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 배상책임 피할 순 없다"

중재 전문가들 "다야니家와 취소 소송 실효성에 의문"

법률비용만 더 들어갈 수도
한국 정부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승소한 이란의 다야니가(家)가 네덜란드에서 한국 정부 자산을 압류하는 절차에 들어갔다는 본지 단독 보도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영국에서 진행하는 ISD 취소 소송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중재 전문가들은 “정부 대응이 실효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추가적인 법률비용 지출로 손실금액만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본지 2월 20일자 A1·5면 참조20일 중재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영국 고등법원에 제기한 ISD 취소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배상책임을 면제받는 게 아니라 추가적인 소송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계 가전업체 엔텍합의 대주주인 다야니가와 한국 정부의 분쟁은 엔텍합이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가 계약이 파기되면서 시작됐다.

다야니가는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채권자인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한국 정부와 동일체로 봐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야니가의 주장은 유엔국제상거래위원회(UNCITRAL) 중재 절차에 따른 ISD 과정에서 인정돼 지난해 6월 한국 정부가 730여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중재 판결이 내려졌다.한국 정부는 이 판결 한 달 뒤 영국 중재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캠코를 한국 정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관할 문제’다. 다야니가가 싱가포르 법인을 앞세워 투자했으므로 한국-이란 간 투자협정에 따른 중재 절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국 법원이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캠코를 정부로 볼 수 없다면 다야니가는 캠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관할 문제도 마찬가지다. 다야니가 측이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다시 ISD를 제기할 수 있다.

국제중재 전문가들은 “어떤 경우든 배상 책임 자체를 피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로펌 국제중재 변호사는 “다야니가가 이미 냈던 계약금 578억원과 이자를 돌려주라는 게 중재 판정 내용인 만큼 실질적인 배상액은 크지 않다”며 “추가적인 소송을 할 경우 법률비용이 커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