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으로 성장한 경북 사회적 기업, 소외계층 돕는 생산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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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경북지방우정청과 경북 사회적 기업경북사회적기업협의회(회장 주재식)와 경북지방우정청(청장 이상학)은 지난달 중순 오지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는 집배원들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생필품과 우수 농산물을 기부하는 계획을 세웠다. 우체국&사회적생산(PSP)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경북 사회적 기업들이 식품, 상품, 밑반찬을 0.5%~1%씩 초과 생산해 도내 곳곳의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사업이다. 두 기관은 돌봄서비스와 집수리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실험이다. 경북사회적기업협의회가 지난 11일 이런 계획을 알리자 사회적 기업가들이 너도나도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사회적 기업 너도나도 동참
안동반가·영주농산물생산자조합
경주 푸드앤디자인협동조합 등서 쌀·곶감·과일·밑반찬 공급
고용노동부서 인증받은 사회적 기업 2014년 74개→2018년 132개
이상학 경북지방우정청장
"집배원들이 오지 방문…복지체계 실핏줄 완성 역할"
주재식 경북사회적기업협의회장은 “많은 기업이 참여 의사를 전해와 자제를 권할 정도였다”며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잘 아는 기업들이어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동의 농업회사법인 안동반가(대표 이태숙)는 2개월마다 생강진액과 생강차 등 10여 개를 기부하겠다고 알려왔다. 대기업에 다니다 고향 상주로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마을 농부들과 쉼표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이정원 대표는 “집배원들이 배달해준다면 어떤 사회복지 서비스 전달체계보다도 믿을 수 있다”며 “수시로 쌀과 곶감 과일 등을 내놓겠다”고 말했다.영주농산물생산자영농조합법인(대표 안국봉)은 시래기 등 건나물과 우엉 도라지 돼지감자차 등을 기부하기로 했다. 영주 다문화 주부들이 만든 영주시다문화희망공동체(대표 배순희)는 영주 부석사과주스를, 경주 푸드앤디자인협동조합(대표 이원찬)과 포항의 채움푸드(대표 김순수)는 시골 어르신에게 요긴한 밑반찬을 공급한다.
문경의 문경미소(대표 김경란)는 우체국쇼핑몰 인기 상품인 문경 오미자김과 양파김, 오미자 주스를, 칠곡 그린벨트의친구들(대표 이재기)은 버섯가루김, 노루궁뎅이버섯단물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북지방우정청과 경북 사회적 기업들은 수혜 대상과 참가 기업을 확대해 격월로 PSP 제품을 전달할 계획이다. 김연실 경북지방우정청 국제사업총괄계장은 “한국에 사는 다문화가족이 우체국 EMS(국제특급배송)를 통해 사회적 기업 제품을 고향에 보내는 ‘고향 정보내기 운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경북지방우정청과 경북 사회적 기업들이 이런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경북의 사회적 기업들이 이제는 이웃을 도울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경북 (인증)사회적 기업 수는 2014년 74개에서 2018년 132개로 늘었다. 매출은 2010년 23개, 137억원에서 2017년 123개, 2130억원으로 늘었다. 매출이 10억원 이상인 기업이 32개, 100억원 이상인 기업도 4개나 된다. 매출 10억원, 종업원 10명 이상인 사회적 기업, 즉 텐텐(10-10)클럽 기업도 2010년 4개에서 지난해 26개로 늘어났다.
경북지방우정청도 그동안 우정청의 독특한 경쟁력을 활용해 사회적 기업 육성을 다각도로 도왔다. 경북지방우정청은 지난해 5월 경상북도와 사회적 기업 활성화지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정청 홍보사무용품, 우수고객 격려품, 구내식당 식자재 등 7억원 규모의 제품과 용역을 사회적 기업에서 구매했다.
또 사회적 기업 제품의 우체국쇼핑 판로 확대를 위해 영세한 사회적 기업의 온라인 상세페이지를 무료로 제작해주고 사회적 기업 브랜드관 개설, 추석·설 명절 할인 기간 특판행사, 우체국 O2O마케팅으로 직거래장터도 열었다.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몰 입점설명회와 상품 컨설팅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경북지방우정청은 지난해 경상북도와 글로벌 셀러 양성교육도 시작했다. 이베이 파워셀러 양성기관 강사를 초청해 경북지역 25개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노하우를 7주 동안 교육했다. 이 교육에는 사회적 기업 4곳도 참여했다. 이상학 경북지방우정청장은 “집배원들은 전국 방방곡곡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소상히 알고 때로는 가족 이상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정확히 안다”며 “복지체계의 실핏줄을 완성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