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커창 총리 “홍수처럼 돈 풀지 않을 것”

신중하고 온건한 통화정책 유지 강조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에도 양적완화 정책을 펴지 않겠다고 밝혔다.2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중국은 대수만관(大水漫灌)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수만관은 물을 대량으로 푼다는 뜻으로 대규모 유동성 공급, 즉 양적완화를 의미한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생산·소비·투자 등 경제지표가 부진을 거듭하자 시장에선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금융완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지난달 은행권 신규 대출이 3조2300억위안(약 537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이런 전망에 더욱 힘이 실렸다.

리 총리는 “최근 시행한 일부 통화정책과 관련해 양적완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중국의 신중하고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이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은행권 지급준비율을 인하한 것에 대해서도 “시장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중국의 지준율은 세계 주요 국가보다 높아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준율 인하와 동시에 적절한 유동성 회수 조치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인민은행은 지난달 15일과 25일 각각 0.5%포인트씩 지준율을 순차적으로 낮춰 시중에 1조5000억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연장하지 않아 7000억위안의 유동성을 회수했다. MLF는 유동성 경색이 우려될 때 인민은행이 국채 등을 담보로 시중은행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리 총리는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금난을 겪지 않도록 대출 확대 조치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회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해 더 많은 대출 자금이 실물경제와 중소기업에 수월하게 흘러들어가게 해야 한다”며 “중장기 대출을 늘려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과 장기적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