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첨단 이론보다 인간 本性 몰두하는 스탠퍼드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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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탐구하는 수업구글의 래리 페이지,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인스타그램의 케빈 시스트롬 등 수많은 창업가의 요람인 미국 스탠퍼드대는 최신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핀테크(금융기술), 가상현실 등 최신 비즈니스 분야를 배우기 위해 전 세계 인재들이 모인다. 하지만 세계 경영대학원 평가에서 1위 단골손님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에는 최첨단 이론보다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수업이 더 많아지고 있다. 예측하기 힘든 미래 앞에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어 인간의 힘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토 지에 지음 / 송은애 옮김 / 다산북스 / 392쪽│1만6000원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 경영컨설턴트 사토 지에는 《인간을 탐구하는 수업》에서 스탠퍼드대 MBA에서 가장 인기 있는 12명의 교수와 강사의 수업을 소개한다. 이 수업들은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인간만이 가능한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할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한다.리더십과 관련해서는 ‘괴짜 경영학자’로 불리는 제프리 페퍼 교수의 수업이 흥미롭다. 페퍼 교수는 위대한 리더가 반드시 모범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브 캘러허 등 경영학 교재에 자주 등장하는 위대한 리더들은 대개 창업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권력을 손에 넣은 경우라고 한다. 기업의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조직의 계단을 오르거나 치열한 출세경쟁에서 살아남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출세한 사람들은 겸허하고 성실하며 배려심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부분 리더십 수업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정반대되는 행동으로 출세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마케팅 분야의 조너선 레빈 교수는 인간이 어떻게 선택을 하는가에 대해 집중 탐구한다. 수많은 선택지가 주어지거나 결정을 수없이 반복하면 정신이 피로해진다는 ‘결정 피로’에 대해 처음 소개했다. 이럴 경우 결정을 포기하거나 좋지 않은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 TV홈쇼핑이 심야에 집중 방영되고, 슈퍼의 계산대 옆에 껌이나 사탕이 놓인 것은 피로한 고객의 충동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이다.
‘마음 챙김(mindfulness)과 연민의 리더십’도 스탠퍼드대 MBA에서 인기 있는 수업 중 하나다. 마음 챙김은 불교에서 유래된 깨달음과 비슷하다. 잡념을 배제하고 지금에 집중한 상태를 뜻한다. 인간은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할 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 불쾌한 경험 등을 떠올리게 되면 스트레스가 돼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행복도가 높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운동, 대화 등 무언가 한 가지에 집중할 때 오히려 행복도가 높았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뇌를 쉬게 하면 스트레스도 줄이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