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북한외교관 딸 북한 강제 송환 의혹에 이탈리아 정가 파문

“前이탈리아 대사 딸 작년11월 北送” 이탈리아 외교부 확인 … 伊외교차관 “강제 송환이면 대가 치를 것”

이탈리아 외교부가 지난해 11월 잠적한 조성길 전 주(駐)이탈리아 북한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송환됐다는 사실을 20일(현지시간) 공식 확인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북한 당국이 12월 5일 통지문을 통해 이같이 알려왔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강제 북송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지 하루 만에 이탈리아 외교부가 관련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조 전 대사대리 딸이 조부모와 함께 있고 싶다는 이유로 북한행을 원해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11월 14일 귀국했다는 것이 북한 측 설명”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조 전 대사대리 딸이 강제 송환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탈리아 정가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도 “불법적인 신변 억류가 있었다면 명백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태 전 공사가 강제 북송 가능성을 제기한 데 이어 AP통신도 “북한이 이탈리아 영내에서 조 전 대사대리 딸을 납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만리오디 스테파노 이탈리아 외교차관은 “누구든 책임이 있는 사람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북한과의 외교 분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테파노 차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전례 없는 엄중한 사건이 될 것이며 이탈리아는 조 전 대사대리 딸을 보호했어야 했다”고 썼다.

집권당인 오성운동의 마리아 에데라 스파도니 의원도 “북한이 조 전 대사대리 딸을 납치했다면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며 정부가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파악해 의회에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너스티(AI) 역시 “이탈리아 당국은 이번 일에 대해 명백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미·북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이탈리아가 외교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잠적했던 조 전 대사대리 부부는 이탈리아의 보호 아래 서방으로의 망명을 시도 중이거나 이미 망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 전 대사대리 딸은 올해 17세로 이탈리아 고교에 재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