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원-여성단체 대리전 양상 된 '안희정 사건'

민씨, 법원 판결 또 반박
"수행비서 그만둔 김지은씨, 며칠간 슬퍼하고 절망해"
vs
대책위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자 흠집내기"
비서 성폭행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사진)가 1주일 만에 또다시 재판부를 비판했다. 안희정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측도 즉각 반박하면서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씨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피해자 김지은 씨의 거짓을 밝히겠다”며 안 전 지사와 김씨가 나눈 텔레그램 문자 등을 공개했다. 지난 14일에 이은 2차 공개 반박이다. 민씨는 김씨가 정무비서로 직책이 바뀐 뒤 주변인에게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는 점을 들어 성폭력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는 성폭력범과 멀어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왔는데도 며칠을 슬퍼하고 절망했다”며 “이것이 피해자를 이해하라는 성인지 감수성이냐”고 따졌다. 이어 “도대체 ‘감수성’으로 재판하는 나라가 지구상 어디에 있는지, 성인지 감수성은 법적 증거보다 상위 개념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민씨는 김씨가 2017년 스위스 출장 당시 안 전 지사와 나눈 텔레그램 문자도 공개했다. 민씨는 “스위스 현지시간으로 새벽 1시께 안희정 씨가 ‘...’이라고 문자를 보내자 (김지은이) 기다렸다는 듯 동시에 ‘넹’하고 답장을 했다”며 “(연애하는 듯한) 이 문자를 처음 보았을 때 치가 떨렸다”고 적었다.

공대위는 이에 대해 안 전 지사와 같은 정치집단 내에 있던 동료들이 피고인에게 제공한 것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피해자가 종사한 곳은 일반 정치집단도 아니고 대권그룹으로, ‘충성 언어’로 읍소해야 했던 패밀리이자 결사체였다”며 “민씨의 글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전형적 2차 가해이자 흠집내기”라고 비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