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렸더니 빈곤층 소득 37% 감소…"소주성, 이래도 고집할 건가"

소득분배 또 '역대 최악'

작년 4분기 가계소득 통계

저소득층 月 123만원 벌 때, 최상위층은 月 932만원
일자리 이어 '소득 대참사'…빈부격차 갈수록 벌어져
차상위계층이던 자영업자마저 소득 줄며 극빈층 전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가 성장하는 한 가구소득은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기 마련이다. 임금 인상과 복지 지출 증가로 전체 가구의 근로소득과 비근로소득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지난해 1년간을 보면 소득 하위로 갈수록 가구소득은 줄곧 악화됐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험이 본격화된 첫해다. 최빈곤층인 소득 하위 20%(1분위)의 경우 작년 3분기까지 7~8% 정도(전년 동기 대비) 줄던 소득이 4분기에는 18% 가까이 급감했다. 근로소득은 더 줄어 감소율이 37%에 달했다. 역대 최악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 강화로 저소득층 가구소득을 높여 소비 증가→경제 성장→분배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자는 게 당초 취지다. 하지만 정책 실험 1년의 결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오히려 빈곤층을 더 가난하게 내모는 결과를 내면서 분배 악화라는 역효과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쯤 되면 정책 실험을 멈춰야 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더 지속하다간 빈곤층을 더 나락으로 내모는 악순환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빈곤층 근로소득 37% 급감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를 보면 전체 가구소득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 늘었다. 하지만 소득수준별로 나누면 소득 하위 40% 가구의 소득은 감소한 반면 상위 60%의 소득은 늘었다.

특히 소득 하위로 갈수록 소득 감소폭이 커졌다. 하위 20%인 1분위 가구(2인 이상 기준)의 월평균 소득은 17.7% 줄었는데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는 4.8% 감소했다. 반면 3분위(소득 상위 40~60%)는 소득이 1.8%, 4분위(소득 상위 20~40%)는 4.8% 늘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10.4% 증가해 통계 작성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1분위 가구의 소득이 감소한 것은 일자리를 잃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1분위 가구의 취업가구원 수는 0.64명으로 2017년 4분기(0.80명)에 비해 20% 줄었다. 가구주가 무직인 1분위 가구 비율도 같은 기간 43.6%에서 55.7%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1분위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36.8% 급감했다. 이 역시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1분위 근로소득 급감은 취약한 한계일자리를 중심으로 고용상황이 나빠진 게 큰 원인”이라고 했다. 반면 소득 최상위인 5분위는 실직하는 사례가 많지 않고 임금이 꾸준히 올라 근로소득이 14.2% 증가했다. 5분위 취업가구원 수도 2.02명에서 2.07명으로 늘었다.

상하위 계층 간 소득 격차는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지난해 4분기 5분위 배율(1분위 소득 대비 5분위 소득)은 5.47배로 1년 전(4.61배)보다 0.86포인트 상승했다.통계로 확인된 ‘자영업 몰락’

자영업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표적 업종으로 꼽힌다. 이날 통계청 발표에선 차상위 계층에 속했던 자영업자들이 극빈층으로 전락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2분위 가구주의 자영업 비중은 2017년 4분기 24.4%에서 작년 4분기 19.3%로 줄었다. 반면 1분위 가구주 자영업자 비중은 13.1%에서 15.9%로 증가했다. 박 과장은 “2분위에 있던 자영업자가 소득 상황이 나빠지면서 1분위로 내려앉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2분위 사업소득은 18.7%, 1분위는 8.6% 각각 감소했다.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등 정부의 재정정책이 분배 개선에 효과가 없다는 게 입증됐다”며 “정부의 이전지출로 만회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고 결국 노동시장에서 결정되는 소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인정하고 올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내년 동결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