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소설은 기술과 데이터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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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승윤 래디쉬 대표소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조앤 롤링은 전세계를 마법에 건 번개 흉터 소년 ‘해리포터’를 낳기 위해 영국 애든버러의 카페 의자가 닳도록 카페를 방문했다. ‘태백산맥’의 조정래는 7년간 매일 하루 16시간을 꼼짝 않고 집필에 몰두했다. 작가 1명이 온힘을 다하지만 막상 나온 작품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창작하는 동안 작가의 수입이 불안정한 것 또한 문제다.
독자 데이터를 분석해 스토리 만드는 '래디쉬 오리지널'
구독 모델로 영미권 웹소설 선두주자

작가 1명이 작품을 책임지던 기존 창작 방식에도 탈피했다. 래디쉬 오리지널은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서 활용하는 집단창작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PD와 메인작가, 보조작가가 한 팀이 돼 빠른 속도로 소설을 만드는 것이다. 1인 창작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매일 연재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출판사 인사가 아닌 집단 창작인 드라마 제작을 지휘했던 인사를 영입했다.
래디쉬 오리지널은 새로운 수익 창출 방식이기도 하다. 래디쉬의 수익은 구독권 결제에서 나온다. 부분유료화인 래디쉬에서 일정 챕터 이상을 읽으려면 유료 결제로 구매한 구독권 ‘코인’이 필요하다. 1코인은 약 200원 수준이다. 얻은 수익은 작가와 5대 5로 분배한다. 선독점 등 특수한 경우에는 작가와 7대 3으로 나눈다. 작가와 수익을 나누던 기존 작품과 달리 래디쉬 오리지널은 래디쉬가 온전히 지적재산권(IP)와 수익을 가져간다.그는 “전적으로 작가 한 사람의 창작에 기대고 작품의 성공을 ‘운’에 의지한 소설 창작은 전근대적 방식”이라고 말했다. 작가와 회사의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빠른 생산이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독자들의 반응을 체크해 입맛에 맞는 작품을 만드는 혁신을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음악 분야에는 스포티파이가, 영상 분야에는 넷플릭스 같은 기존 산업을 붕괴시키는 혁신 기업이 나타났지만 모든 스토리의 원석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에는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이 없었다”며 “래디쉬가 소설계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마존 ‘킨들’로 대표되는 전자책 리더기를 쓰던 독자들이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었다는 점, 미국에서만 10조원에 가까운 소설 시장, 마지막으로 카카오페이지(한국)·샨다문학(중국) 등 유료 콘텐츠 모바일 플랫폼의 성공이라는 세 가지 가능성을 보고 웹소설로 사업모델을 바꿨다.
이 대표는 “영미권에서 구독형 모델을 가진 모바일 웹소설 플랫폼이 없기에 래디쉬가 선두주자”라고 말했다. 왓패드(Wattpad)와 같이 누구나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은 미국에 많았지만, 정제된 콘텐츠를 파는 동시에 독점 콘텐츠가 있는 구독 모델은 없었다는 설명이다.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래디쉬에서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 수는 1700여명, 작품 수는 6000여개다. 전체 이용자 수는 70만명이다. 로맨스 소설이 주류이다보니 2030 여성이 주 고객층이다. 차티스트 운동(영국의 참정권 확대 운동)을 배경으로 한 역사 로맨스 ‘Storm and silence’는 최고 인기작으로 누적조회수만 650만회에 누적매출은 8억원을 기록했다.
래디쉬의 올해 목표는 100만 이용자를 넘기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대폭 생산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인기작을 중심으로 오디오북을 만들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