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혼내는' 조현아 동영상…아이는 귀 막았는데 영어교육 시킬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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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하다 보면 남편 혹은 부모님 등 가족 간에도 양육으로 인한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남편 박모 씨간 이혼 소송에 자녀학대와 폭행 문제로 비화하면서 공개된 동영상 속 아이 모습이 논란이 되고 있다.'폭행'vs'알콜 중독' 진실공방 속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조 전 부사장과 박씨가 "밥 먹이기 전 왜 단 걸 먹이냐" 싸울 때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막고 꼼짝달싹하지 않는 5살 아이의 모습이다.
조 전 부사장은 남편 박씨에게 고함을 지르며 한국말로 다툼을 하다가 아이를 향해서는 돌연 영어로 "너 들었지? 내가 저녁 먹기 전에 다른 거 먹지 말라고 했지? 너 들었어. 맞지?"라며 혼냈다.
부모가 아이의 잘못을 어떤 식으로 훈육을 해야 하며 부부간 다툼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말과 행동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상식이 무너졌다. 조 전 부사장은 그 와중에도 귀를 막고 굳어버린 아이에게 유창한 영어로 "들었지?"라고 다그친다.이어 남편을 향해서는 다시 한국말로 "계속 이야기했어. 얘도 알아. 그런데 먹고 싶으니까 그걸 먹지 말라고 자기가 옆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거야"라고 말다툼을 이어갔다.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난 조 전 부사장의 쌍둥이 아들은 이중국적이다. 집안 가사도우미 역시 필리핀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조 전 부사장이 아이들에게 오롯이 영어만 쓰게 교육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기도 했다.
부모가 싸우면, 아이의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근육은 긴장한다. 그 후 아이는 부모의 큰 목소리만 들어도 놀라고, TV속 싸우는 장면에도 불안해 한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아이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경우, '일단 멈춘 후 아이를 안고 달래야 한다'고 말한다.더 중요한 것은 아이 앞에서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보였다면 화해하고 서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아이들은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봤을때 자신으로 인해 두 사람이 싸웠다고 생각하고 자책감을 갖고 불안증세를 보이게 된다.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공개한 영상만으로 조 전 부사장과 박씨 간의 가정생활과 평소 훈육 태도를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짤막한 영상 속 상황으로 추측컨데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얼음처럼 서 있던 아이는 자신 앞에서 고함치는 엄마의 모습을 처음 본 것은 아닐 것이다.저렇게 아이 앞에서 악을 쓰는 모습 끝에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 미안하다. 너 때문에 싸운게 아니다. 엄마 아빠가 앞으로는 조심하겠다"면서 달랬을 광경도 기대할 수 없다.
젤리 등 단 것을 식사 전에 먹는다면 부모가 이 행동을 바로잡아 주는 것은 일반적인 훈육이지만 영상 속 모습은 재벌가의 품격 등을 모두 떠나 충격 그 자체다.
게다가 남편에게 "죽어 죽어 죽어버려아악"이라고 소리지르던 영상과 더불어 "아악"으로 듣는이들의 귀를 괴롭게 하는 조 전 부사장의 음성은 이전에 공개됐던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목소리가 흡사하다. 한 사람이 고함을 질렀다고 해도 믿을만큼 울분을 담고 있는 어조나 포효하는 듯한 고성은 같은 분노 표출방식을 갖고 있다.
인천 그랜드 하얏트호텔의 공사장 옥상에서 직원들의 팔을 잡아당기고 밀치고 도면을 흩뿌리고던 이명희 전 이사장의 모습.
"'뭐? 너네 장난하냐? 사람 갖고 장난쳐? 난 미치겠어 진짜. 어우 열받아 진짜"라고 고함을 치고 회의석상에서는 물컵을 내던지던 조현민 전 전무의 음성.
그 잔상이 아직 잊혀지기도 전에 공개된 조 전 부사장의 모습은 땅콩회항 사건 당시 반성문에서 "모든 게 소란을 만들고 여과 없이 분노를 드러낸 제 탓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 구치소 동료들이 샴푸와 린스를 빌려주는 모습을 보며 사람에 대한 배려를 배웠다. 앞으로 베푸는 사람이 되겠다"면서 감정에 호소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20개월 된 쌍둥이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있게 해 달라"면서 아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한 바 있다.
영상 공개로 아이들은 이혼과 더불어 신상공개라는 고통에 놓이게 됐다. 조 전 부사장과 박씨가 법정이 아닌 밖에서 여론전을 펼치는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 아이들이 받게 된다. 언제까지 국민들은 한진일가의 폭언과 참기 어려운 고성을 들어야 하는지도 암담하기 그지없다.
마음치유 전문가 박상미 교수는 '마음아, 넌 누구니(한국경제신문)' 책에서 "분노하며 원한을 품는 것은, 내가 독을 마시고 상대가 죽기를 바라는 것"이라는 미국 작가 말라키 매코트의 말을 인용했다.박상미 교수는 "분노는 자존감을 파괴하고 현재에 대한 판단력을 마비시킨다"라면서 "분노의 상대가 가까운 가족이라면 고통은 더 크고 오래간다. 분노를 행동으로 표출하는 순간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내 인생에 더 큰 상처를 남긴다. 분노는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죽이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상대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을때 '그는 나에게 어떤 감정인가', ' 그는 나에게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를 생각하며 객관화해 보라"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그 사람 또한 나에게 상처받을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내가 원인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한편, 이혼 소송에 이어 폭행 혐의로 조 전 부사장을 고소한 박 씨는 21일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이중국적인 아이들을 미국으로 빼돌리려는 것을 막고자 부득이하게 형사 고소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한진 일가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모든 사실관계를 밝힐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남편 박모 씨간 이혼 소송에 자녀학대와 폭행 문제로 비화하면서 공개된 동영상 속 아이 모습이 논란이 되고 있다.'폭행'vs'알콜 중독' 진실공방 속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조 전 부사장과 박씨가 "밥 먹이기 전 왜 단 걸 먹이냐" 싸울 때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막고 꼼짝달싹하지 않는 5살 아이의 모습이다.
조 전 부사장은 남편 박씨에게 고함을 지르며 한국말로 다툼을 하다가 아이를 향해서는 돌연 영어로 "너 들었지? 내가 저녁 먹기 전에 다른 거 먹지 말라고 했지? 너 들었어. 맞지?"라며 혼냈다.
부모가 아이의 잘못을 어떤 식으로 훈육을 해야 하며 부부간 다툼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말과 행동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상식이 무너졌다. 조 전 부사장은 그 와중에도 귀를 막고 굳어버린 아이에게 유창한 영어로 "들었지?"라고 다그친다.이어 남편을 향해서는 다시 한국말로 "계속 이야기했어. 얘도 알아. 그런데 먹고 싶으니까 그걸 먹지 말라고 자기가 옆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거야"라고 말다툼을 이어갔다.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난 조 전 부사장의 쌍둥이 아들은 이중국적이다. 집안 가사도우미 역시 필리핀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조 전 부사장이 아이들에게 오롯이 영어만 쓰게 교육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기도 했다.
부모가 싸우면, 아이의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근육은 긴장한다. 그 후 아이는 부모의 큰 목소리만 들어도 놀라고, TV속 싸우는 장면에도 불안해 한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아이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경우, '일단 멈춘 후 아이를 안고 달래야 한다'고 말한다.더 중요한 것은 아이 앞에서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보였다면 화해하고 서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아이들은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봤을때 자신으로 인해 두 사람이 싸웠다고 생각하고 자책감을 갖고 불안증세를 보이게 된다.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공개한 영상만으로 조 전 부사장과 박씨 간의 가정생활과 평소 훈육 태도를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짤막한 영상 속 상황으로 추측컨데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얼음처럼 서 있던 아이는 자신 앞에서 고함치는 엄마의 모습을 처음 본 것은 아닐 것이다.저렇게 아이 앞에서 악을 쓰는 모습 끝에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 미안하다. 너 때문에 싸운게 아니다. 엄마 아빠가 앞으로는 조심하겠다"면서 달랬을 광경도 기대할 수 없다.
젤리 등 단 것을 식사 전에 먹는다면 부모가 이 행동을 바로잡아 주는 것은 일반적인 훈육이지만 영상 속 모습은 재벌가의 품격 등을 모두 떠나 충격 그 자체다.
게다가 남편에게 "죽어 죽어 죽어버려아악"이라고 소리지르던 영상과 더불어 "아악"으로 듣는이들의 귀를 괴롭게 하는 조 전 부사장의 음성은 이전에 공개됐던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목소리가 흡사하다. 한 사람이 고함을 질렀다고 해도 믿을만큼 울분을 담고 있는 어조나 포효하는 듯한 고성은 같은 분노 표출방식을 갖고 있다.
인천 그랜드 하얏트호텔의 공사장 옥상에서 직원들의 팔을 잡아당기고 밀치고 도면을 흩뿌리고던 이명희 전 이사장의 모습.
"'뭐? 너네 장난하냐? 사람 갖고 장난쳐? 난 미치겠어 진짜. 어우 열받아 진짜"라고 고함을 치고 회의석상에서는 물컵을 내던지던 조현민 전 전무의 음성.
그 잔상이 아직 잊혀지기도 전에 공개된 조 전 부사장의 모습은 땅콩회항 사건 당시 반성문에서 "모든 게 소란을 만들고 여과 없이 분노를 드러낸 제 탓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 구치소 동료들이 샴푸와 린스를 빌려주는 모습을 보며 사람에 대한 배려를 배웠다. 앞으로 베푸는 사람이 되겠다"면서 감정에 호소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20개월 된 쌍둥이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있게 해 달라"면서 아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한 바 있다.
영상 공개로 아이들은 이혼과 더불어 신상공개라는 고통에 놓이게 됐다. 조 전 부사장과 박씨가 법정이 아닌 밖에서 여론전을 펼치는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 아이들이 받게 된다. 언제까지 국민들은 한진일가의 폭언과 참기 어려운 고성을 들어야 하는지도 암담하기 그지없다.
마음치유 전문가 박상미 교수는 '마음아, 넌 누구니(한국경제신문)' 책에서 "분노하며 원한을 품는 것은, 내가 독을 마시고 상대가 죽기를 바라는 것"이라는 미국 작가 말라키 매코트의 말을 인용했다.박상미 교수는 "분노는 자존감을 파괴하고 현재에 대한 판단력을 마비시킨다"라면서 "분노의 상대가 가까운 가족이라면 고통은 더 크고 오래간다. 분노를 행동으로 표출하는 순간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내 인생에 더 큰 상처를 남긴다. 분노는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죽이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상대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을때 '그는 나에게 어떤 감정인가', ' 그는 나에게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를 생각하며 객관화해 보라"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그 사람 또한 나에게 상처받을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내가 원인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한편, 이혼 소송에 이어 폭행 혐의로 조 전 부사장을 고소한 박 씨는 21일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이중국적인 아이들을 미국으로 빼돌리려는 것을 막고자 부득이하게 형사 고소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한진 일가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모든 사실관계를 밝힐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