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대우조선 '빅딜'에 추가 구조조정 현실화하나

산은·현대중 "추가 구조조정 없을 것"…대우조선 노조 "믿을 수 없어" 반발
전문가들, 설비 축소에 따른 대우조선 정규직·협력업체 인력감축 우려
현대중공업 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대우조선 노조가 '일방통행 밀실협약'이라고 반발하며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노조는 조선업 침체 때문에 오랜 기간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직원을 떠나보내는 고통을 겪었는데 이슈로 터진 매각에 따른 추가 인력감축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이번 '빅딜'의 주체인 산업은행과 현대중 측은 "대우조선 매각 뒤 추가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매각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을 없애기 위한 '면피성 발언'으로 규정하고 지역 시민사회·정치권과 연대해 총력 투쟁에 나서 현대중과 대우조선 인수합병이 진통을 겪고 있다.이번 인수합병의 당사자인 현대중과 대우조선은 불과 몇 년 전까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었다.

2015년 유가 하락, 무리한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 등으로 조선업계에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며 현대중은 작년 3분기까지 전체 직원의 30.5%에 해당하는 8천630여명을 감원했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도 전체 직원의 26.9%에 해당하는 3천670여명을 떠나보냈다.그러면서 최근 3년 동안 조선업 관련 업체가 밀집한 거제·통영지역 고용률이 7.3%포인트, 8.9%포인트 감소했으며 실업률도 5.7%포인트, 3.6%포인트 증가할 정도로 일자리 지표가 악화했다.

노조는 조선업이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종업계에 회사가 매각되면 대대적인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업무가 겹치는 연구개발, 설계, 영업, 재무 분야에서 현대중이 통합운영을 통해 규모를 축소하며 인력을 감축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또 현대그룹에 속한 계열사에 기자재 물량을 몰아주는 현실에서 대우조선이 팔리면 부산·경남권 조선 기자재 업체들 몰락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주장한다.

당분간 양사 합병 없는 투트랙 체제라지만 기껏해야 계열사 지위에 불과할 대우조선에 현대중 사람들로 구성된 '점령군'을 내려보낸 뒤 구조조정에 돌입하면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빅3 체제'를 유지해야 서로 견제가 되고 기술도 좋아지며 국가 경쟁력도 살아난다"며 "매각이 무작정 나쁘다는 게 아니라 조선업이 정상궤도에 진입한 뒤 바람직한 매각 방향이 뭔지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중이나 산은이 '구조조정은 없다'고 하는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직원은 아무도 없다"며 "오랜 기간 고통 분담을 통해 겨우 회사가 정상화하려는 찰나 매각 소식이 들려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매각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과 현대중 모두 '구조조정은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사내소식지를 통해 "울산·거제 지역경제와 협력업체의 미래에 대해 일부 우려가 있지만, 어느 한쪽을 희생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부품업체들을 발전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겠다"고 해명했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도 "이미 상당 부분 인력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로 계속 구조조정을 하면 조선산업 장기 경쟁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며 "조선 지주 아래 양사가 동등한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도 현재 조선업 구조상 매각 뒤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지역에 부품 공급망(서플라이체인)을 갖추고 야드에서 선박 블록 제조 등 작업에 인력을 직접 공급하는 하청업체도 설비를 축소하면 일감을 잃으면서 연쇄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SOP컨설팅 송호연 대표는 "두 회사를 합쳐서 독점구조를 만들어 가격을 올리는 '빅2 체제'로 가겠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설비 축소를 의미한다"며 "향후 경기가 호황이냐 불황이냐에 따라 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인수합병 뒤 구조조정은 필연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설계나 관리직 인력을 정리한 뒤 협력업체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전환배치 등을 통해 생산직 구조조정에 돌입할 개연성이 있다"며 "이 인력들은 결국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로 빠져 역으로 우리나라 조선업 경쟁력을 갉아먹을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성대 경제금융물류학부 허민영 교수는 "양사는 컨테이너선, LNG선 같은 상선은 물론 군함 등 특수선까지 주력 선종이 겹쳐 자연스레 구조조정이 뒤따르지 않겠느냐"며 "조선업 침체 당시 대우조선보다 현대중이 더 많은 인력을 내보냈을 정도로 경영 스타일이 공격적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이어 "대우조선 자체로 놓고 봐도 과거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구책을 제시했을 당시 8천∼9천명 수준까지 인력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부분도 문제"라며 "객관적 수치와 현황을 놓고 봤을 때 매각 뒤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