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정상회담 열리는 '정치 수도' 하노이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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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다낭·호이안·후에, '3色 매력'에 푹 빠져볼까
믿고 떠나는 베트남 여행

웅장하고 성스러운 성 요셉 성당하노이 노이바이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택시 안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오토바이가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수줍은 듯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랜 친구 같은 정(情)이 느껴진다. 하노이의 옛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한 구시가지에 다다르자 논라(베트남 전통 모자)를 쓴 자전거를 끌고 가는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 앞뒤로는 채반 가득히 과일이 실려 있고, 여인은 주변 오토바이의 아찔한 움직임에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은 채 걷고 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여기가 바로 베트남이다. 숙소에서 성 요셉 성당까지 도보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를 1시간이 훌쩍 넘겨 도착했다. 거리를 걷다 유난히 사람들이 복작거리기 시작하더니 눈앞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성당이 확 다가왔다. 검게 그을린 성당의 외벽에는 도시의 오래된 기억들이 차분하게 쌓여 있는 듯하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1886년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성 요셉 성당은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100여 년에 걸친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거쳐 하노이 시민들의 만남의 광장이 되기까지 이 자리를 지키며 많은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 있으리라. 그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라도 하듯 오래되고 웅장한, 게다가 성스럽기까지 한 이 성당 주변으로는 예쁜 상점과 분위기 좋은 카페, 식당이 모여들었다.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이 오래된 건물은 외롭지 않겠다.

붉은 조명으로 반짝이는 호안끼엠 호수의 테훅 다리
호수를 걷다 보면 붉은 조명으로 반짝이는 테훅(The Huc)이라는 붉은색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호수 안에 있는 작은 섬으로 연결된 이 다리를 건너면 1865년 지어진 응옥선 사당으로 갈 수 있다. 이 사당에서는 문, 무, 의 세 성인을 기린다. 학문의 신 반수옹, 13세기 몽골족을 무찌른 쩐흥다오 장군, 의학의 신이라는 라또를 모시고 있다. 사당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1968년 호안끼엠 호수에서 잡혔다는 몸무게 290㎏, 길이 2m의 거대한 거북이 박제가 전시되고 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사당을 나와 이곳을 등지자 인력거와 비슷한 씨클로가 줄지어 대기 중이다. 이리 오라며 손짓하는 운전자의 부름에 호기심이 발동한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다. 호객에 성공한 씨클로 한 대가 무리를 나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씨클로는 오토바이 물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자연계의 다섯 요소로 만든 이름 다낭 오행산
15세기까지 강성했던 참파 왕국의 거점이었던 다낭은 중부 최대 상업도시이자 베트남 제3의 도시다. 다낭은 도둑, 문맹자, 극빈자, 거지, 마약 소지자가 없다고 해서 예부터 ‘5무(五無)’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10년 전 베트남을 방문했던 이들은 다낭의 놀라운 변모에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단지 도시의 외형만 변한 게 아니다. 해마다 1000만 명의 외국인이 찾는 도시인 만큼 취향을 자극하는 다양한 관광 콘텐츠로 채워졌고 감성까지 더해졌다.
예나 지금이나 인기 있는 관광지는 대리석이 많이 나서 ‘마블마운틴’이라 불리는 오행산이다. 산의 곳곳에는 린응사를 비롯해 사찰과 다양한 모습을 한 부처상이 세워져 있다. 린응사는 손오공이 삼장법사를 만나 인도로 떠난 자리에 생겨난 절이라고 한다. 오행산은 특히 암푸동굴을 비롯한 다양한 동굴이 볼거리다. 암푸동굴은 오행산의 입구 쪽에 있는데 천당과 지옥 사후재판소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
빛의 거리, 매력적인 소도시 호이안베트남의 중부도시 호이안은 참파왕조부터 17세기까지 인도 일본 중국 이슬람을 아우른 베트남 최고의 무역항이었다. 오랜 시간 다양한 문화적 가치가 인정돼 1999년 베트남에서는 세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호이안의 옛 거리(올드타운)는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이 1953년 일본인이 세운 내원교다. 당시 일본과 교역이 잦아 일본인 마을이 있었는데, 목조 지붕의 다리인 내원교가 그때의 역사를 증명하는 유일한 흔적이다.
호이안은 다양한 색채로 기억되는 도시다. 낮에 본 신산한 느낌보다 호이안의 밤은 찬란하다. 카페와 강가에는 오색찬란한 빛들이 쏟아진다. 전통시장에는 다양한 모양의 등불이 켜져 있고, 각양각색의 등을 팔고 있었다. 빛은 일렁이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결혼사진을 찍는 예비 신부의 모습이 빛을 받으니 봉숭아색으로 곱게 물든다.
후에는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수도다. 1802년부터 1945년까지 13대에 걸친 응우옌 왕조의 왕궁은 해자로 둘러싸여 있다. 무너진 왕조의 왕궁은 비참하게 버려졌다. 한때 강성했던 왕조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색은 바랬고, 프랑스군과 미군의 포격으로 대부분 건물이 사라졌다. 1993년 베트남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왕궁 근처에는 티엔무 사원이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독재정권에 항의해 사이공에서 소신공양(분신자살)한 틱광둥 스님이 수행했던 절이다. 절 안에는 스님이 소신공양을 위해 사이공까지 타고 갔던 오스카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스님은 불로 사라졌지만 사리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심장이 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불타는 심장’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이 심장은 프랑스 박물관에 보관돼 있고 절에는 사진만 쓸쓸하게 붙어 있다.
하노이·다낭·호이안=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 이상현 여행작가 skycbi@hankyung.com
여행 정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는 세계적인 호텔 여러 곳이 있다. 국제회의 장소로 자주 활용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은 베트남의 프랑스 식민지 시절인 1901년 설립됐다. 1세기 이상의 전통을 이어온 5성급 호텔로, 하노이 동부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있다. 총 7층 규모에 364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골프코스, 수영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영국의 영화감독 찰리 채플린,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과 그레이엄 그린, 미국의 영화배우 제인 폰다 등 예술가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미국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정치인이 거쳐간 유서 깊은 호텔로 유명하다. 2017년 1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하노이를 방문하며 머물렀다.
1960년대에는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의 폭격에 대비한 방공호를 설치, 현재까지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 역사의 아픔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전쟁 이후 프랑스 자본과 베트남 정부의 합작으로 복원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