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주洑 해체에 분통 터뜨린 농민들 "양수장 물 쓰라니…말도 안 되는 소리"

공주보 주변 농가 가보니…

"물 온도 오락가락 농사에 부적합
농민 의견은 묻지도 않고 이러나"
24일 충남 공주시 금강 공주보 앞에 ‘공주보 해체 결사반대’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 지역 농민들은 “공주보를 해체하면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농사를 못 짓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심은지 기자
24일 금강 공주보에서 차로 5분 정도 들어가니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일대의 비닐하우스 수십 동과 너른 논밭이 펼쳐졌다. 이곳은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공주보 해체 결정을 내리면서 농업용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여기서 비닐하우스 30동(약 1만9800㎡)을 운영하는 주민 박모씨(55)는 “공주보를 없애면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물을 못 끌어온다”며 “이 주변에만 비닐하우스 농가가 100가구 정도 되는데 다들 농사를 접으라는 거나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 농민들에게 묻지도 않고”보 해체 소식에 농심(農心)이 들끓고 있다. 강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와 주변 지천 수위도 함께 낮아지면서 농민들이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물을 끌어오는 양수장의 취수구를 바꾸는 작업을 통해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날 만난 농민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입을 모았다. 대다수 농가가 양수장 물이 아니라 지하수를 끌어온다고 했다.

특히 수막 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농가는 보 해체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수막 농법은 비닐하우스 위로 지하수를 뿌려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지하수는 계절과 관계없이 온도가 13도 수준으로 일정하기 때문에 연료비가 비싼 냉난방기 없이도 1년 내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옥성리에서 오이를 재배하는 박모씨(77)는 “공주보 일대 비닐하우스 농가는 100% 수막 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며 “보 해체로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 기존 우물에서 물이 나오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온도가 바뀌는 양수장 물을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수를 구하려면 깊이 15m짜리 대형 우물을 파야 하는데 여기 농가들이 어떻게 개당 1000만~2000만원의 설치 비용을 감당하겠냐”고 했다.

밭농사도 지하수로 물을 대는 건 마찬가지다. 우성면 상서리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서모씨(58)는 “안 그래도 이 지역은 물이 부족해서 농사를 짓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보를 해체하면 가물 때는 물론이거니와 평상시에도 물을 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농민들에게 묻지도 않고 멀쩡한 보를 부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축산농가들도 대부분 지하수를 쓴다. 상수도를 이용하면 수백 마리의 소를 키우는 대형 축산농가들은 물값을 감당하기 어렵다.공도교는 남겨두지만…안전성 ‘논란’

이 지역 주민들이 공주보 해체를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리 때문이다. 공주보 상단에 있는 공도교는 하루평균 3500여 대의 차량이 이용하고 있다. 우성면 성머리마을에서 만난 주민 박모씨(77)는 “물도 물이지만 통행이 불편해질까 봐 걱정”이라며 “여기는 시내버스조차 들어오지 않는 오지 마을인데 공도교가 사라지면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기획위도 이런 주민 의견을 고려해 공도교를 유지한 채 보 구조물을 부분적으로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른 보 구조물은 해체하고 공도교만 유지하는 게 안전한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성머리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박씨는 “공주시장도 반대하고 다들 이렇게 반대하는데 멀쩡한 보를 부술 수 있냐, 그냥 하는 말 아니냐”고 되물었다. 공주보 해체 여부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 오는 6월 출범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공주=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