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한솔케미칼 사업재편 속도전…시총 1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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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세척설비 투자 집중…영업이익 최대▶마켓인사이트 2월 24일 오후 3시50분
'汎삼성가 4세' 조연주 부사장 진두지휘 성과
내달 테이팩스 사내이사로도 선임…보폭 넓혀
한솔케미칼이 시가총액 ‘1조 클럽’에 진입했다. 발빠른 사업재편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영향이다.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연주 부사장(사진)이 한솔케미칼의 인수합병(M&A)과 비주력 사업 매각 작업을 주도하며 기업가치 향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실적 ‘행진’
한솔케미칼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400원(0.45%) 오른 8만9300원에 마감했다. 최근 석 달 새 12.46% 상승했다. 2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87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한솔케미칼의 주가가 이같이 상승한 것은 실적이 대폭 호전된 덕분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1041억원(증권사 추정치 평균)으로 추정된다. 올해 전망은 더 좋다. 증권사들은 한솔케미칼의 올해 영업이익을 작년보다 20.93% 늘어난 1259억원으로 전망했다.과산화수소와 제지약품을 생산하는 한솔케미칼은 2010년 중반까지 다소 보수적인 사업 행보를 보여왔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과산화수소 설비를 짓는 데 630억원을 투자한 것이 회사 역사상 최대 투자였다. 2010~2014년 영업이익은 200억원 안팎 수준이었고 시가총액도 3000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한솔케미칼이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조 부사장이 2014년 3월 기획실장으로 회사에 합류한 시점부터라는 평가가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조 부사장은 2015년 한솔케미칼 사내이사에 올랐다. 범삼성가 중 4세가 사내이사로 경영 전면에 등장한 첫 사례다. 전문경영인인 박원환 사장(대표)과 함께 회사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1978년생인 조 부사장은 미국 웰슬리대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와 빅토리아 시크릿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조 부사장, M&A·구조조정 주도조 부사장이 합류한 뒤부터 한솔케미칼은 M&A와 설비투자, 부실 계열사 매각을 비롯한 사업재편을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조 부사장은 회사에 입사한 2014년 OCI의 폐수처리약품 계열사인 OCI-SNF 지분 50% 인수 작업을 주도했다. 2016년에는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고 전자소재용 테이프와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테이팩스를 1260억원에 인수했다. 이듬해 테이팩스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IPO)하기까지 일련의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을 주도했다.
설비투자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솔케미칼은 지난해 2월 반도체 세척용 과산화수소 설비 증설에 750억원을 투입했다. 관련 전자소재 부문의 매출은 2014년 146억원에 그쳤지만 2018년 1~9월에는 누적 매출이 819억원으로 급팽창했다.
한솔케미칼은 비주력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적이 나빠지는 도료(페인트와 니스 등 제품 표면에 바르는 마감재)사업 자회사 한솔씨앤피 지분 50.08%를 25일 사모펀드에 262억원에 매각한다.경영 능력을 입증한 조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테이팩스는 다음달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조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다만 조 부사장의 보유 지분은 아직 많지 않다. 조동혁 회장(14.47%)과 조 부사장(0.02%)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15.03%에 불과하다. 국민연금(13.51%) 한화자산운용(5.17%) 베어링자산운용(7.40%) 등이 주요 주주다. 이들 기관의 지분 합계는 20.67%로 최대주주 보유 지분을 넘어선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조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조 회장 일가의 지분이 충분치 않은 만큼 기관투자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