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두 대통령'…베네수엘라 결국 유혈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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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품 반입놓고 국경 곳곳 충돌‘한 나라 두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사태가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 등이 제공한 원조품 반입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콜롬비아, 브라질 접경에선 유혈 충돌까지 발생했다.
마두로, 콜롬비아와 단교 선언
미국은 마두로 퇴진 연일 압박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전 정권 때부터 이어져 온 좌파 포퓰리즘 정책과 가격 통제 등으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미국 지원을 등에 업고 원조품 반입과 함께 정권 퇴진 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 측을 지원하는 콜롬비아와 단교를 선언했다.로이터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콜롬비아 등 베네수엘라와 인접국 도시에서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이 잇따라 베네수엘라 국경 진입을 시도하며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하지만 외세 개입이라며 물품 지원을 거부한 마두로 정부의 국경수비대가 야당 의원들과 주민들을 향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포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은 결국 베네수엘라로 진입하지 못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국경 지대에서 원조 물품을 두고 폭력 시위가 벌어지면서 28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국경 쿠쿠타 지역에서 구호품을 싣고 출발한 12대 트럭 중 6대가 국경을 넘지 못하고 되돌아갔고 국경을 통과해 우레냐까지 진입한 차량 2대는 화염에 휩싸였다.
브라질 국경과 접한 산타엘레나 데 우아이렌에서도 군과 주민들이 충돌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포로페날은 “14세 소년을 포함해 2명이 숨졌고 31명이 다쳤다”고 전했다.미국 정부도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5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리는 미주 국가들 모임 리마그룹 회의에 참석해 과이도 의장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리마그룹은 앞서 과이도 의장에 대한 공개 지지를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며 미국이 군사 행동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군 가운데 ‘반(反)마두로’ 진영으로 돌아서는 군인도 늘고 있다. 콜롬비아 이민국은 베네수엘라 군인과 경찰 등 23명이 탈영해 투항했다고 발표했다. CNN은 최소 60명의 베네수엘라 군인이 반정부로 입장을 돌렸다고 보도했다.마두로 대통령은 브라질과의 국경을 폐쇄하고 콜롬비아와는 외교 단절을 선언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는 어떤 원조도 필요하지 않다”며 “과이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친미 성향의 우파 정권이 들어선 브라질과 콜롬비아는 미국과 함께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해 지원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