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이 '신의성실 원칙' 경시하면 노사합의 소용 있겠나
입력
수정
지면A35
법원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연이어 노동조합 손을 들어주면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 무력화되는 모습이다. 수당 추가지급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해 “신의칙 위반이 아니다”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10여 일 새 잇따라 나온 것이다. ‘회사가 망할 정도가 아니라면 지급해야 한다’는 식이어서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의칙은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민법의 대원칙이다. 대법원(시영운수)과 서울고법(기아자동차)은 이전 단체협약의 합의를 부정하고, 추가수당을 요구한 노조의 행태가 신의를 저버린 행동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30여 년 전에 제시된 정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노사가 강제기준으로 인식하고 맺은 협약은 그 자체로 신뢰의 약속이었다는 점을 부인한 것이다. 관행과 제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예전의 자율 협상까지 무효라는 판결에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경영상 중대위험’에 대한 법원 판단도 갈수록 노조 측으로 기울고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첫 ‘통상임금 신의칙 판결’에서 “소급분 지급시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 신의칙 위반”이라고 했다.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 판단요건으로는 △추가인상률이 교섭 당시 인상률을 크게 웃돌고 △순이익 대부분을 추가지급할 경우 등을 제시했는데, 최근 판결은 이런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시영운수 건의 통상임금 상승률은 29.1%로 기존 인상률(3.5%)의 8배다. 추가 지출액 역시 최근 3년 순이익의 623%에 달한다. 1조원 안팎의 거액 소송가액이 걸린 기아차 재판부는 난데없이 매출이 큰 점을 ‘신의칙 배척’의 한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법원의 판결은 임금협상을 둘러싼 복잡한 제반 사정을 무시하는 듯하다. 따지고 보면 단체협약이야말로 노사 간 최고의 신뢰 계약이다. 노사협약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잇단 ‘친노조’ 판결은 그나마 남아있는 노사 신뢰마저 허물어뜨리는 역효과를 부를 것이다. ‘경영상 중대한 위험’의 유무를 법원이 판단하는 것 역시 능력 밖의 일이다.
신의칙은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민법의 대원칙이다. 대법원(시영운수)과 서울고법(기아자동차)은 이전 단체협약의 합의를 부정하고, 추가수당을 요구한 노조의 행태가 신의를 저버린 행동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30여 년 전에 제시된 정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노사가 강제기준으로 인식하고 맺은 협약은 그 자체로 신뢰의 약속이었다는 점을 부인한 것이다. 관행과 제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예전의 자율 협상까지 무효라는 판결에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경영상 중대위험’에 대한 법원 판단도 갈수록 노조 측으로 기울고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첫 ‘통상임금 신의칙 판결’에서 “소급분 지급시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 신의칙 위반”이라고 했다.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 판단요건으로는 △추가인상률이 교섭 당시 인상률을 크게 웃돌고 △순이익 대부분을 추가지급할 경우 등을 제시했는데, 최근 판결은 이런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시영운수 건의 통상임금 상승률은 29.1%로 기존 인상률(3.5%)의 8배다. 추가 지출액 역시 최근 3년 순이익의 623%에 달한다. 1조원 안팎의 거액 소송가액이 걸린 기아차 재판부는 난데없이 매출이 큰 점을 ‘신의칙 배척’의 한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법원의 판결은 임금협상을 둘러싼 복잡한 제반 사정을 무시하는 듯하다. 따지고 보면 단체협약이야말로 노사 간 최고의 신뢰 계약이다. 노사협약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잇단 ‘친노조’ 판결은 그나마 남아있는 노사 신뢰마저 허물어뜨리는 역효과를 부를 것이다. ‘경영상 중대한 위험’의 유무를 법원이 판단하는 것 역시 능력 밖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