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 '사바하' 이정재, 데뷔 27년차 배우의 고민 "본 듯한 캐릭터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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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바하' 박목사 역 배우 이정재
'도둑들', '암살'에 이어 지난해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 염라대왕 역할로 특별출연해 '염라언니'란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 받았던 이정재는 영화 '사바하'를 한 이유에 대해서도 "새로워서"라고 밝혔다. 겹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같은 직업군의 역할도 지양한다"는 이정재였다. 이정재는 '사바하'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엔 목사 역할이라고 해서 흥미로웠고, 책(시나리오)를 덮은 후엔 생각했던 목사 역할이 아니라 좋았다"고 했다. '사바하'는 박목사가 주인공이면서 관찰자인 영화다. 신흥 종교를 쫓는 박목사가 사슴동산이란 새로운 불교 단체를 조사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사건을 만들고 해결하는 캐릭터들은 따로 있다. 그럼에도 이정재가 연기한 박목사는 생생하다. 담배를 태우고,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가 하면 돈까지 밝히는 목사이지만 이정재와 찰떡궁합을 발휘하며 극 속에서 살아 쉼 쉰다.
"5년 동안 시대극, 판타지 등을 해왔는데, 일부러 피한 건 아니었어요. 새로운 작품을 찾고 싶었는데 저에게 들어오는 건 대부분 어디서 본 듯한 캐릭터들이었죠. 그때 만난 게 '사바하' 였어요. 처음엔 '검은사제들' 장재현 감독이 썼다는 말에 비슷할 줄 알았는데,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 더 독특하고 신선했죠."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에 대해 "오컬트영화는 아니다"고 했다. 귀신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만, 귀신을 쫓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 "신은 어디에 있나"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종교 영화로 봐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재는 또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종교인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라는 것. 뉴스나 신문에서 볼 법한 종교가 얽힌 범죄를 소재로 했다는 게 이정재의 설명이었다. 때문에 이정재가 '사바하' 촬영을 하면서도 가장 고민했던 것 역시 긴장감의 수위 조절이었다.
처음 사건의 문을 박목사가 열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결론을 맺는 것도 박목사였다. 그럼에도 이정재는 '사바하'의 모든 공도 함께 출연했던 박정민, 진선규, 이다윗 등 후배 배우들에게 돌렸다. 후배들 덕분에 "쑥스러울 정도로 촬영장이 편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사바하'의 진짜 주인공은 박정민 씨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작들도 다 보고, 정말 좋아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잘하더라고요. 정말 집중력이 뛰어났어요. 참 멋졌죠. 진선규 배우, 이다윗 배우 모두 전작에서 '참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너무 잘해주더라고요. 덕분에 촬영이 수월했어요. 누군가가 '장재현 감독은 캐스팅을 참 잘한다'고 하던데, 맞는 거 같아요. 어쩜 그렇게 캐릭터에 딱 맞게 배우들을 데려왔나 싶어요."
이정재가 2016년 동료 배우 정우성과 설립한 아티스트컴퍼니엔 고아라, 고아성, 박소담, 이솜 등 청춘 스타 뿐 아니라 염정아, 김의성, 배성우 등 연기파 배우들도 고루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함께 출연했던 박정민이 "제가 배우를 꿈꾸기 전부터 스타이고 배우였던 사람"이라고 칭했던 이정재는 이제 후배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이정재는 아티스트컴퍼니를 통해 직접 영화도 기획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지만, '사바하' 이후 작품은 정해지지 않았다. JTBC 새 드라마 '보좌관들'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게 이정재의 답변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작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로 오는 27일 개봉해 '사바하'의 경쟁작이 될 '어쩌다, 결혼'도 아티스트 컴퍼니에서 공동 제작한 영화다.
이정재는 자신이 직접 발굴했지만, 몇 년째 갖고있는 기획안을 언급하며 "로맨스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서 "어디에 로맨스를 잘 하는 감독이 없냐"고 고민을 털어놓으며 웃었다. 그러면서 "계속 연기를 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연기는 제가 계속 해야할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바하'가 흥행에 성공해 속편이 나온다면 당연히 계속 출연할 거예요. 박목사는 계속 나와도 되는 캐릭터 아닌가요?(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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