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은 민주대혁명…촛불혁명 원천은 3·1정신"

10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
3·1운동의 명칭을 바꾸자는 제안이 나온 가운데, 이는 단순한 운동 차원을 뛰어넘은 민주혁명이며 촛불혁명의 원천을 3·1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한성대 총장을 지낸 윤경로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사장은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에서 "3·1운동은 민(民)이 주도한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왜 혁명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그는 "3·1운동은 타율적으로 진행된 왜곡된 근대화 과정을 바로 세우기 위한 여러 모양의 작은 물줄기들이 모이고 쌓여 1919년 3월 전 민족과 전 계층이 함께해 큰 강을 이룬 대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윤 이사장은 "엄혹하고 치열했던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3·1운동이 지닌 역사성은 운동 차원을 훨씬 넘은 혁명성이 높다"고 역설했다.그는 "민족 내부의 기존체제를 전복한 혁명은 아니지만 누천년 내려오던 봉건왕조 제국에서 백성이 주인인 주권재민의 대한민국을 세운 역사적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3·1혁명이라 지칭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혁명이라 하는데 우리는 왜 '운동'이라 하는가"라며 "'3·1혁명'을 '운동'으로 지칭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 역사를 비하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중국은 봉건왕조를 마감하고 1911년 신해년(辛亥年)에 쑨원(孫文)을 중심으로 중화민국(中華民國)을 탄생시킨 일을 신해혁명이라 지칭했다.윤 이사장은 해외 독립운동단체와 독립운동가 진영에서는 일찍부터 3·1운동을 3·1혁명이라고 지칭했으며, 1938년 중국 창사(長沙)에서 거행된 대한민국임시정부 3·1절 기념식에서도 그러했다고 소개했다.

해방 직후 이승만과 김구 등의 연설에서도 혁명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됐다.

제헌헌법 제정을 위해 결성된 헌법기초위원회가 작성한 헌법초안 전문에도 "우리들 대한민국은 3·1혁명의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라고 돼 있으나 제헌의회 본회의 심의과정에서 '운동'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윤 이사장은 "3·1혁명과 3·1정신은 민족이 당면했던 자주독립의 목표를 넘어 자유, 민주, 평등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몸으로 실천한 혁명적 대사건"이라며 "그래서 그 성격을 반제국주의 민족혁명인 동시에 반봉건적 민주혁명이라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들이 외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함성은 그 원천을 3·1정신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를 재확인한 큰 울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1운동을 혁명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에 대해 정치권에서 일절 간섭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역사문제를 정치화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3·1과 나라만들기'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그동안 쌓인 연구성과를 극히 일부나마 들춰보면서 3·1이 단순한 독립운동을 넘어 민주혁명운동을 겸한 역사적 대사건임을 한층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의 촛불항쟁으로 시작한 한국의 정권교체가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한반도 전역에 걸친 민중역량의 비약적 증대를 이룬다면 이는 혁명의 이름에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촛불혁명은 '한국 근현대가 3·1에 진 채무'를 드디어 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국가건설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당장의 통일이 아닌 점진적·단계적·창의적인 한반도 재통합 방안을 강구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현안 자체가 남북에 현존하는 두 국가의 상호인정과 평화공존을 전제하면서도 남북기본합의서(1991)의 표현대로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하는 방식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2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콘퍼런스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국제신학연구원,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평화통일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YW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가 공동주최한다.26일에는 정운찬 KBO 총재,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등이 한국 경제의 미래와 한반도 평화통일 전망 등을 강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