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는 지금] 트럼프·김정은 입성 앞두고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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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아 호텔 고층 라운지바 이용금지오는 27~28일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는 25일(현지시간) 두 정상 방문을 하루 앞두고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투숙객 외 출입금지…영빈관도 폭발물 탐지 작업
김정은 열차 내일 도착 앞두고 중국 베트남 국경 일대도 경비 삼엄
현지 당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묵을 호텔을 보안 구역으로 지정하고, 전례없는 철통 보안 태세에 돌입했다.김정은이 묵을 숙소로 유력한 멜리아 호텔은 이날 오전부터 험악할 정도로 분위기가 한층 삼엄해졌다. 오는 2일까지 호텔 고층 라운지 바 등은 전면 폐쇄됐다. 투숙객이 아닌 일반인의 호텔 내부 진입을 불허하고 내부 촬영도 통제했다. 투숙객에게도 여권을 확인하며 신분 검사를 했다. 호텔 직원에게 상황을 묻자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고만 했다. 호텔 진입로와 인근 도로에는 무장한 베트남 공안 관계자들과 베트남 기동경찰대가 대거 배치됐다.
북한 실무진이 숙소로 사용 중인 베트남 영빈관에도 오전 9시께 군인들이 투입됐다. 이들은 영빈관 앞에 주차된 벤츠 승용차 2대 등을 상대로 차량 하부를 폭발물 탐지기로 훑으며 탐지 작업을 벌였다.김정은의 특별열차가 26일 오전께 랑선선 동당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과 베트남 국경 일대 경비도 대폭 강화됐다. 열차는 이날 오전 6시께 양쯔강이 지나는 우한 지역을 통과했다. 중국 개혁 개방의 상징으로 통하는 광저우에 들릴 것으로 예상과는 달리 최단 노선을 통해 베트남으로 직행했다.열차가 중국 영토에서 마지막으로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는 핑상역에는 공안 경계 근무자가 추가 배치됐다. 동당역은 이미 지난 24일부터 3월2일까지 운행을 중단하며 경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김정은은 동당역에서 숙소까지는 승용차로 이동할 예정이다. 베트남 정부는 2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국도 1호선 랑선성 동당시∼하노이 170㎞ 구간에 대해 모든 차량의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김정은은 호텔에 도착해 휴식을 취한 뒤 외부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호치민 묘와 호치민 생전 거처 및 호치민 박물관을 둘러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조부인 김일성 주석은 과거 호치민 주석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질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이날 군인 10여명이 호치민 묘 일대를 금속탐지기로 샅샅히 검색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호치민 묘는 멜리아호텔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김정은은 호치민 묘 방문을 통해 북· 베트남간 혈맹관계를 복원하고 우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경제 행보도 관심사다. 김정은은 지난해 6·12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에 방문했을 때도 시내 야간 투어를 하며 경제에 관심을 가졌다. 방문지로는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박닌성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과 1시간30분 거리의 하이퐁의 산업단지가 거론된다. 블룸버그통신은 김정은이 오는 27일 베트남의 첫 완성차 업체인 빈 패스트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 17일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일대를 점검한 바 있다. 북한 경제분야를 담당하는 오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이번 수행단에 포함된 것도 김정은의 산업단지 방문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다.
유명 관광지 하롱베이도 유력한 방문지로 꼽힌다. 하롱베이는 김일성도 1964년에 찾았던 곳이다. 싱가포르에서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전망대를 깜짝 방문했던 김정은이 이번에도 65층 전망대가 있는 하노이 롯데호텔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묵는 JW메리어트 호텔에도 이날 무장 경찰들이 추가로 배치되며 경호 수위가 높아졌다. 호텔 정문 주차장 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수 경호 차량으로 추정되는 검정색 승합차가 세워져있다. 인근에는 일반인들이 아예 접근할 수 없게 막아놨다.
하노이=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