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무더기 상장폐지 막아라"…'非적정 기업' 퇴출 1년 유예 추진

新외감법 여파

금융위·거래소, 개선안 논의
▶마켓인사이트 2월 25일 오후 4시45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외부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부적정·의견거절·범위제한 한정 등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기업의 증시 퇴출을 1년 유예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新)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감사의견 비적정에 따른 상장폐지 기업이 무더기로 쏟아져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감사의견 거절 사유로 매매가 정지된 뒤 한국거래소와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인 감마누 등 일부 기업에도 회생 기회가 주어질지 주목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와 거래소는 증시 퇴출과 관련한 외부감사 제도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안은 의견거절 등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의 퇴출 기한을 1년 연장해주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만으로 즉시 퇴출되는 것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해당 기업에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현행 코스닥시장 규정에 따르면 연간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기업은 형식적 상장폐지 요건에 따라 즉시 퇴출 대상이 된다.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등을 거치지 않고 바로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

검토안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기업이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매매거래는 정지되지만 즉시 퇴출 대상에는 오르지 않는다. 정지 기간에 회사가 재감사를 받거나 다음해까지 회계처리절차를 개선해 적정 의견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약 비적정 의견 사유가 해소되지 않고 다음해에도 의견거절을 받으면 즉시 퇴출 대상이 되는 방안이다.

재감사를 받는 기업들에 외부감사인을 지정해주거나 비적정 기업을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리는 방안 등도 검토 대상이지만, 부작용 등을 감안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게 금융위와 거래소의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금융위와 거래소가 증시 퇴출 규정 완화를 검토하는 이유는 즉시 퇴출 대상이 되는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신외감법에 따라 회계부정과 부실감사에 대한 제재가 대폭 강화된다. 이로 인해 회계사들의 감사가 깐깐해지고 있으며 비적정 의견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비적정 감사의견에 따른 상장폐지 대상 기업은 13곳으로 2017년 6곳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거래소가 비적정 감사의견 기업에 3~5개월가량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재감사제도의 부작용도 이번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의견거절을 받은 파티게임즈, 감마누 등은 “고비용인 재감사를 받았음에도 결국 퇴출 대상이 됐다”며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하는 등 강력 반발한 바 있다. 감마누는 최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2017년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 의견을 받아내면서 상장폐지 결정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본안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하수정/조진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