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사죄"에 홍익표 대변인은 "사과 동의 안해"…20代 또 울린 민주

민주당 고위인사 잇단 '망언'에 20代 부글부글

홍영표 "20대 비하 발언 유감…현실 헤쳐나가게 함께 노력하겠다"
홍익표 "반북 이데올로기 지적한 것"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의를 빚은 당내 의원들의 ‘20대 청년 발언’을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대표, 홍 원내대표, 박광온·김해영 최고위원. /연합뉴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당내 의원들의 ‘20대 비하 발언’ 논란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대신 사과했다. 논란을 야기한 설훈 최고위원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사과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홍 원내대표가 총대를 메고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논란의 당사자 중 한 명인 홍 수석대변인은 “원내대표가 내 발언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원내사령탑은 사과, 당사자는 “동의 못해”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대 청년과 관련해 우리 당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며 “깊은 유감과 함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설 최고위원과 홍 수석대변인은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20대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보수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20대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홍 원내대표는 “지금의 20대는 구조화된 불평등, 미래 불확실성,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대기업과 공공부문 취직 등에 절망하고 있다는 걸 공감한다”며 “20대가 직면한 현실을 함께 공감하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그러나 홍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홍 원내대표가 내 발언 취지를 잘못 알아듣고 (사과를) 한 것 같다. 나는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수석대변인이 원내대표의 ‘대리 사과’를 반박한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사과를 위해 설 최고위원, 홍 수석대변인과 사전에 조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 수석대변인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 속에 (당시 교육을 받은) 20대의 대결적 대북 의식과 반북 이데올로기가 커졌다는 의미였다”며 “엉뚱하게 반공교육 때문에 20대의 당 지지율이 낮게 나온다는 것은 가짜뉴스이고 엉뚱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두 의원의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 자유한국당은 이날도 공세를 이어갔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얘기를 보면 실언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20대·젠더 이슈 침묵하는 여당잇단 ‘20대 비하 논란’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김경수 경남지사 1심 판결이나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내부 문제에는 의원끼리 총력을 다해 방어하면서 주요 지지층인 20대·젠더(성) 이슈엔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여성 지지층 또는 같은 당 여성 의원들로부터 역풍을 맞을까 봐 지나치게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며 “젠더 이슈와 세대 간 갈등 문제 등을 구분해 누군가는 명확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교육 탓에 청년층이 진보적”이라는 보수 진영 논리를 민주당이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20대는 우리나라 역사상 어느 세대보다도 교육을 잘 받은 세대”라며 교육문제를 원인으로 꼽는 일각의 지적에 반대 의사를 보였다. 그러면서 “정치인으로서 그들의 외침에 호응하는 공감의 문제인데 엉뚱한 처방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내에서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면서 20대 지지율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평균을 밑도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를 받아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포인트)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보다 1.2%포인트 오른 51.0%를 기록했다. 하지만 20대의 긍정평가는 오히려 1.1%포인트 떨어진 44.7%에 그쳤다. 부정평가는 5%포인트 가까이 높은 49.4%였다. 민주당의 20대 지지율은 38.9%를 기록했다.

김우섭/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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